분양가상한제 6개월 유예 방침에…“답답” “다행” 재건축 시장 희비 갈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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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부동산시장 점검결과 및 대응방안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박선호 차관. 2019.10.1/뉴스1 © News1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부동산시장 점검결과 및 대응방안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박선호 차관. 2019.10.1/뉴스1 © News1
1일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일부 단지에 한해 6개월 유예하기로 하자 시장은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내년 4월 말까지 입주자 모집(일반 분양)을 진행할 수 있는 단지가 당초 정부 기대보다는 적을 것으로 전망돼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지별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반 분양을 목전에 둔 사업장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단지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1일 ‘최근 부동산 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 방안’을 발표하면서 서울 시내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61개 단지 6만8000채 가운데 상당수 물량이 유예 기간인 내년 4월까지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일반 분양은 사업자가 철거를 끝낸 직후 해당 시군구로부터 착공확인서를 받은 후에 가능하다. 관리처분인가―이주―철거―착공으로 이어지는 재건축 과정에서 이주―철거는 통상 1년 이상 걸린다. 철거 이후에 만약 설계변경 등을 해야 하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서울 시내에서 현재 철거를 진행 중이거나 착공 후 분양을 하지 않은 단지를 합해도 20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부 기대보다 공급량이 많지 않아 시장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유예 기간 내에 분양이 가능한 단지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강남구 개포주공1·4단지,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 강동구 둔촌주공 등이다. 특히 둔촌주공과 개포주공1단지는 일반 분양 물량이 수천 채에 달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배인연 개포주공1단지 조합장은 “어떻게든 철거 일정을 앞당겨 내년 3월 안에 분양까지 마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주 단계에 있는 사업장들의 불만이 크다.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 재건축조합은 최근 이주를 마쳐 당장 철거에 돌입할 예정이지만 6개월 내 착공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성용 잠실진주 조합장은 “최근 서울시의 석면 규제가 강화됐고, 교육·환경 영향평가도 엄격해 6개월 내 철거 완료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철거를 서둘러 끝내고 분양을 하기 쉽지 않은 여건이라는 것이다.

이주 시작 2개월이 지난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조합의 양보열 조합장은 “6개월이면 이주도 못 하는데 도대체 정부가 무슨 기준으로 유예 기간을 정한 것인지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이주에만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조합은 다세대·연립주택 위주로 구성돼 있어 세입자가 아파트인 경우보다 많아 이주 협의에 시간이 더 걸리는 편이다.

전문가들은 6개월이라는 유예 기간이 짧아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다른 부작용을 겪는 사업장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2018년 1월에 시행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정부가 시행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더 이상의 유예는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무리한 속도로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조합원 간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올해 8월 법원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 취소 판결을 받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일부 유예에 대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유예 기간 없이 시행하는 것보다 공급이 조금 더 늘 수 있지만, 유예 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공급이 줄어들어 결국 롤러코스터처럼 부동산 시장의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
조윤경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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