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경제성장률 1.1%로 반등…민간 기여도는 ‘마이너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5일 11시 06분


코멘트
올해 2분기(4~6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1%를 기록하며 직전 분기의 ‘마이너스 성장률(―0.4%) 충격’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정부 지출 의존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 반면 민간 투자와 수출 부진은 여전해 반쪽짜리 회복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민간 부문의 회복이 없이 정부 재정에만 의존하는 성장은 곧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이 최근 수정 제시했던 올해 2.2% 성장률 달성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5일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1.1% 늘었다고 발표했다. 금액으로는 459조9580억 원이다. 2017년 3분기(7~9월) 1.5%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분기별 성장률이 1% 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 1분기(1.0%) 이후 처음이다.

2분기 성장은 사실상 정부가 주도했다. 정부 지출은 GDP 성장률의 1.3%포인트를 기여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1분기(2.2%포인트) 이후 최대를 차지했다. 1분기 0.4%에 그쳤던 정부 소비 증가율(전기 대비)이 2분기에는 예산 집행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2.5%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 부문에서 올해부터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로 올해 1분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40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내 지난해 같은 기간(약 1200억 원)보다 적자 규모가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정부의 복지 예산 확대가 2분기 성장률 확대에 영향을 준 것이다.

반면 민간 지출의 성장 기여도는 ―0.2%에 불과했다. 생산에 기여하는 설비 투자 등을 나타내는 총고정자본형성의 경우 민간 기여도는 ―0.5%포인트에 그쳤다. 기업 투자가 부진하면서 경제 성장률을 갉아먹었다는 뜻이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자산배분팀장은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기저효과가 있었다. 1.1% 성장했지만 질적으로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건설과 설비 투자는 전 분기 마이너스에서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1년 전과 비교하면 둘 다 여전히 마이너스다. 전 분기 ―3.2%였던 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소폭 회복하며 전 분기 대비 2.3% 증가로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수출도 GDP 성장률 기여도는 ―0.1%로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면치 못 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3, 4분기에 각각 0.8~0.9% 안팎 성장하면 산술적으로는 2.2%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2분기 성장률이 발표된 직후 2.2%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보고서를 잇달아 발표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은 2% 정도가 될 것이다. 글로벌 경기가 3분기 바닥을 통과할 것이며 국내 소비 여력도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건혁기자 g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