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산정에서 빠진 주휴수당… 영세업자 인건비 부담 가중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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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실질 최저임금 1만318원]논란 다시 커지는 주휴수당

“지난해 이미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아주머니 한 분은 내보낸 상태예요. 근데 내년에 오른 최저임금에 맞춰 주휴수당까지 줘야 하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 될 겁니다. 그나마 지금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들이어서 장사를 계속 하려면 주휴수당을 주기 어렵다고 이야기했어요.”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이모 씨(55)는 14일 내년도 최저임금 상승과 주휴수당 지급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르고 여기에 주 15시간 이상 일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주휴수당 부담도 커지면서 소상공인들과 기업인들이 애로를 토로하고 있다.

○ “쪼개기 알바로 자영업자, 근로자 모두 피해”


주휴수당은 실제로 인건비 부담이 큰 편의점과 식당 등 자영업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편의점주 홍모 씨는 “주휴수당 부담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 점주들이 아르바이트 직원을 여러 명 채용해 단기 근무를 시키는 이른바 ‘쪼개기 고용’을 하고 있다”면서 “일의 효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구직자들도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돼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 직원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지급여력이 없는 소상공인들은 부득이 주 15시간 미만의 쪼개기 아르바이트를 쓸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이 급격히 높아진 상황에서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보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주휴수당은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함으로써 ‘실질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됐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태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평균연봉이 9000만 원대인데도 주휴시간을 포함한 최저임금 계산,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직원 7000여 명이 최저임금 기준을 밑돈다. 이 때문에 상여금을 분할 지급하는 등 취업규칙 변경에 나섰다.

○ OECD 국가 중 한국 등 5개국만 유지


근로기준법 55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급휴일이란 쉬는 날이라도 일을 한 것으로 간주하고, 유급휴일수당을 지급한다는 의미다. 이 조항이 보장한 유급휴일수당이 바로 주휴수당이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며, 1953년 5월 10일 근로기준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있었다.

주휴수당은 저임금 시절 한국 일본 터키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이 급속한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근로자의 희생이 커지자 금전적 보상 차원에서 도입했다는 주장도 있다. 독일 호주 캐나다 등은 국가공휴일만 법정 유급휴일로 보장하고 주휴수당은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정한다. 미국과 영국은 법정 유급휴일이 아예 없고 노사 자율이다. 일본도 임금 수준이 높아지자 1990년대 공론화를 거쳐 주휴수당을 없앴다.

한국도 올해(1만30원)부터 실질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어서면서 주휴수당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처럼 폐지하거나 대만처럼 주휴수당을 유지하더라도 최저임금 산정 기준(산입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휴수당이 산입범위에 들어가면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이 법정 최저임금이 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휴수당은 급여로 봐야 하고, 급여는 당연히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며 “오래전부터 문제가 됐던 사안인데 최저임금위원회가 아직껏 해결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성열 ryu@donga.com·허동준·조윤경 기자

안동준 인턴기자 건국대 행정학과 4학년

#최저임금#주휴수당#자영업자#근로기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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