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의 답은 항상 현장에 있다… 水木金은 매장을 챙기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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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마트 ‘현장 경영’ 승부수

강희태 대표
강희태 대표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는 올 1월 임직원들에게 “주 3일은 현장에 나가자”고 지시했다.월, 화요일은 본사로 출근하되 수∼금요일은 오전만 본사에서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현장을 챙기라고 한 것이다. 상품구성(MD), 예산, 마케팅, 인사 등 본사의 권한을 5개 지역(서울, 경기, 아웃렛, 영남, 호남) 본부에 대폭 일임하는 ‘지역장 제도’도 도입했다. 현장 직원이 고객 니즈를 파악하면 각 지역 본부가 이에 빠르게 대응하라는 취지다.

문영표 대표
문영표 대표
올 초 취임한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는 업계 최초로 상품 발주부터 진열, 아르바이트 채용까지 점포별로 진행할 수 있게 했다. 4월부터 롯데마트 각 점포 점장과 영업 매니저들은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만큼 주문하고 상품 진열도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 문 대표는 명절 선물세트 품평회에도 더 이상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고객 성향을 가장 잘 아는 실무자가 선물 세트도 직접 정하라는 취지다. 문 대표는 “답은 항상 현장에 있다”면서 “고객 밀착형 매장이 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현장 책임 경영’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쇼핑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투 톱’이 오프라인 혁신 사례를 만들어 그룹 유통 사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백화점, 마트, 하이마트, 수퍼 등으로 구성된 롯데쇼핑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4년 각각 28조996억 원, 1조1884억 원에 달했지만 2018년 17조8208억 원, 5970억 원으로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롯데백화점 임직원들은 강 대표 주문에 맞춰 ‘속도전’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으로 호남지역 소비자들이 편집숍 ‘무인양품’의 상품을 사기 위해 대전이나 대구까지 ‘원정 쇼핑’을 간다는 것을 확인하고 6개월도 되지 않아 광주점에 호남 지역 최초의 무인양품 매장을 열었다. 올 들어 ‘만다린’ ‘명란 명가’ ‘일공공키친’ 등 지역 맛집도 백화점 업계 최초로 유치했다. ‘플리크 코라’ ‘쏠싸’ ‘콜핑’ 등 지역 백화점에서 소개되지 않았던 브랜드도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본사 대신 지역장이 결정하면서 결재 단계가 줄었다”면서 “몇 년씩 걸리기도 하는 브랜드 유치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지역 특화 매장’으로 변신 중이다. 강원 춘천점은 정원, 텃밭 관련 용품을 늘렸고, 제주 제주점은 지역에 가구 전문점이 부족한 점을 감안해 ‘가구 체험형 매장’을 확대했다. 휴양지 상권인 충남 서산점은 종이컵 등 일회용품 품목을, 김포공항점은 30, 40대 고객을 겨냥해 맥주 상품을 확대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4월부터 지역 맞춤 상품군의 매출이 전년 대비 1.5∼2배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와 문 대표는 이 같은 현장 실험의 결과를 7월 신동빈 회장이 주재하는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공유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 권한이 커진 만큼 결과에 따른 책임도 커질 것”이라며 “중요한 점포는 키우고 아닌 곳은 축소하는 매장 효율화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롯데백화점#롯데마트#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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