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판매량, 전년비 4분의 3 수준으로 감소…전략 부족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7일 2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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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입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4분의 3 수준으로 감소하며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덜 팔리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수요 예측에 실패한 데다 정부 규제에 안일하게 대응하면서 제때 물량을 공급하지 못한 탓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판매량 감소를 두고 물량부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문제가 장기화하면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벤츠 차량을 계약했던 한 소비자는 “언제 출고된다더라는 소문만 무성한 채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 이어져 결국 지난달에 빨리 받을 수 있는 다른 차량으로 갈아탔다”고 한 동호회 카페에 글을 올렸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수입 승용차는 7만 380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이후로 같은 기간 내에 가장 적은 판매량이다.

브랜드별로는 수입차 시장 점유율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9.6% 감소했으며 2위인 BMW도 55.1% 줄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지난달 1대의 차량도 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수입차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신차를 출시한 볼보, 지프 등만 성장세를 보였다. 연료별로는 디젤(경유)차의 점유율이 4월 누적 기준 28.9%로 전년(44.3%) 대비 급감했다. 대신 하이브리드의 점유율이 14.5%로 상승했다.

수입차 판매량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물량 부족이다. 하지만 이 결과가 오기까지 업체들의 전략 부족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벤츠와 BMW 등 수입차 시장 상위권 업체들은 올해 판매량 예측에 실패한 것을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신차와 기존 출시 물량이 이렇게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BMW는 지난해 화재 사건 등의 여파로 국내 수요를 예측하기 힘들어 독일에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 업체 중에서 가장 큰 판매량 감소폭을 보인 폭스바겐은 국토교통부 등의 인증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신차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2015년 디젤 엔진 인증과 관련해 문제가 생겼던 만큼 내부적으로 더 철저히 차량을 검증해 정부 인증을 신청하려해 ‘아테온’ 등 신차 출시가 지연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새로운 글로벌 연비 측정 방식인 세계표준자동차시험방식(WLTP)을 도입해 배기가스 배출 인증 기간이 길어졌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수입차 업체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김영민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WLTP가 도입된 뒤 인증 과정에서 많은 자료를 요구하거나 일정이 추가된 것은 없다”고 했다. WLTP 인증 실무를 담당하는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측도 “수입차 업체 쪽에서 인증 신청을 아예 하지 않거나 서류를 부실하게 제출한 사례가 많았다. 이미 예정된 WLTP 탓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수입차 업체들이 지난해 국내에서 26만705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뒤 올해 시장 흐름과 정부 규제 변화 등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게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등은 지난해 판매 실적이 바닥을 쳤기 때문에 절치부심하면서 외부 변화에 대응했지만 수입차 업체들은 안일하게 전략을 세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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