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선장’서 수산왕국 건설한 김재철 동원 회장, “국내 수산업계 산 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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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16일 1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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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원양어선 항해사로 시작…동원그룹 성장 주도
증여세 62억 자진납부 등 정직하고 성실한 경영으로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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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름을 떨친 ‘수산 명가’ 동원그룹을 창업하고 50년간 이끌어 온 김재철 회장(85)이 전격 사임했다. 그는 16일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고자 한다”며 사의를 밝혔다.

◇수산업계의 산증인…30여개 계열사 거느린 글로벌 종합그룹으로 키워

김 회장은 국내 수산업계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1958년 부산수산대학을 졸업한 뒤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선인 ‘지남호’의 유일한 실습항해사로 시작해 약 3년 만인 1963년 우리나라 최연소 선장이 됐다.

그는 1969년 4월16일 서울 명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3명과 원양어선 1척으로 사업을 시작한 동원산업을 세웠다. 동원산업은 신규 어장 개척과 첨단어법 도입 등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오일쇼크 등 갖은 위기를 잘 넘겨 국내 최대 수산업체로 발돋움했다.

수산업에서 자리잡은 동원산업은 1982년 국내 최초의 참치 통조림인 ‘동원참치’를 출시했다. 현재까지 팔린 동원참치는 62억캔으로 이는 한 줄로 늘어놓았을 때 지구 12바퀴 반을 돌 수 있는 양이다.

동원그룹은 양반김, 양반죽 등 다양한 국민 대표 식품 브랜드를 선보이며 사업을 키웠다. 2000년 종합식품기업인 동원F&B를 설립해 일반 식품은 물론 유가공, 건강기능식품, 온라인 유통까지 사업영역을 성공적으로 확장했다.

이밖에도 1982년 한신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에 진출했고 사명을 동원증권으로 바꿔 첨단 금융기법을 잇따라 도입, 성장을 거듭했다. 동원증권은 이후 동원그룹과 계열 분리돼 국내 최고의 증권그룹인 한국투자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동원그룹의 종합 포장재 계열사인 동원시스템즈는 대한은박지(2012년), 한진피앤씨(2014년) 테크팩솔루션(2014년), 아르다 메탈 패키징 아메리칸 사모아(現 탈로파시스템즈, 2014년), 베트남 포장재기업 ‘TTP’, ‘MVP’(2015년) 인수를 통해 연포장재 및 각종 기능성 필름을 포함해 PET용기, 캔, 유리병, 알루미늄까지 아우르는 국내 최대 종합포장재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후 2016년 종합물류기업인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며, 물류 사업을 본격 확대했으며, 현재 수산?식품?패키징?물류의 4대 축을 바탕으로 지난 2018년 기준 연매출 7조2000억원에 달하는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이 성실한 기업활동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것은 납세와 고용창출 그리고 ‘인재육성’이었다. 원양어선 선장이던 시절부터 고향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온 김 회장은, 창업 10년인 1979년에 자신의 지분 10%를 출자해 장학재단인 ‘동원육영재단’을 설립했다.

대기업조차 장학재단을 운영하는 예가 드물던 시기로, 우리나라가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는 전언이다.

동원육영재단은 40년 간 장학금과 연구비, 교육발전기금 등 약 420억원에 가까운 장학금을 통해 우리나라 인재육성에 힘쓰고 있다. 또한 어린이들에 그림책을 나눠주는 ‘동원 책꾸러기’와 대학생 대상 전인교육 프로그램인 ‘라이프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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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 경영’ 길만 걸어온 50년…증여세 납부로도 화제

김 회장은 ‘재계의 신사’라 불리며 50년 동안 성실하고 치열하게 기업 경영에만 몰두한 ‘정도(正道) 경영’의 길을 걸어온 것으로 평가된다. 김 회장은 자신이 직접 만든 사시인 ‘성실한 기업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김 회장은 ‘기업인이라면 흑자경영을 통해 국가에 세금을 내고 고용창출로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기업인의 성실과 책임을 강조했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던 해에는 죄인이라는 심정으로 일절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경영에만 전념했던 일화도 있다. 1998년 IMF외환위기를 비롯해, 공채제도를 도입한 1984년 이후 한 해도 쉬지 않고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김 회장은 1991년 장남 김남구 부회장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62억3800만원의 증여세를 자진 납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국세청이 ‘세무조사로 추징하지 않고 자진 신고한 증여세로는 김재철의 62억원이 사상 처음’이라고 언론에 밝히며 크게 알려졌다.

당시 김 회장이 당시 증여세 자진납부로 인해 다른 기업인들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했고, 심지어 국세청조차 차명 계좌를 통해 훨씬 많은 지분을 위장 분사했을 것이라 의심하며 세무 조사를 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탈세사실이 전혀 없다는 것이 드러나 해프닝으로 끝났다.

동원그룹 측은 “김 회장은 원칙을 철저히 하는 정도경영을 50년 간 고집스럽게 지켜오고 있다”며 “그는 ‘원칙이나 정도를 지키는 것이 때로는 고단하지만, 오히려 훗날 편안함을 준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또 직원들에게도 ‘원칙을 철저히, 작은 것도 소중히, 새로운 것을 과감히’ 라는 행동규범을 강조하며, 이를 기업의 문화로 만들었다.

김 회장의 정도경영과 원칙은 자녀교육에도 마찬가지였다. 김 회장은 두 아들이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되어서도 1주일에 적어도 한 권의 책을 읽고 A4 용지 4~5장 분량의 독후감을 쓰도록 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통찰력이 생기고, 잘못된 정보에 속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어릴 적부터 경영수업을 시킨 것이다.

장남인 김남구 부회장이 대학을 마치자, 북태평양 명태잡이 어선을 약 6개월 정도 태웠다.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은 입사 후 창원의 참치캔 제조공장에서 생산직과 청량리지역 영업사원 등 가장 바쁜 현장부터 경험시켰다. 두 아들 모두 현장을 두루 경험한 후 11년이 넘어 임원으로 승진했다. 경영자가 현장을 모르면 안되며, 경험을 해봐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마음과 말을 이해할 수 있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최빈국이었던 시절에 젊은 날을 보내며 성실과 정도만을 걷는 경영으로 사회 필요 기업을 만들어왔다. 이제는 우리나라를 넘어 글로벌시장에 도전하고 있다”며 “‘사업보국을 통해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데 인생을 바치겠다’는 그의 기업가정신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기업인들과 국민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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