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별세’ 비상체제 한진그룹, 경영권 관건은 상속세 2000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8일 1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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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한진그룹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경영에는 물러났지만 지주회사인 한진칼에서는 최대주주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고, 대한항공, 진에어, 정석기업 등 주요 계열사에도 일부 지분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오너일가가 2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상속세를 내야 그룹의 경영권을 지킬 가능성이 커진다. 앞으로 주요 경영현안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석태수 한진칼 사장 등이 참여하는 사장단 회의가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재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아들 조원태 사장,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17.84%)을 상속하려면 10월까지 상속을 받겠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상속세 1차분(분납시)을 내야 한다.

과세당국에 따르면 상속세는 조 회장이 사망한 시점의 앞뒤 2개월씩 4개월 치 평균 주가를 과세 기준으로 삼는다. 여기에 주당 20%를 할증해 최종 확정된다.

예를 들어 이날 한진칼의 종가(주당 3만400원)가 4개월 치 평균 주가라면 여기서 20%를 할증한 주당 3만6480원이 과세 기준이 된다. 조 회장의 보유 지분(1055만3258주)을 곱하면 3850억 원이 과세 기준이다. 상속세 최고 과세율 50%를 적용하면 1925억 원이다. 만약 평균 주가가 오르면 과세 금액은 더 커진다. 이날도 한진칼 주가는 20% 넘게 올랐다.

이외에 조 회장의 계열사 보유 지분을 오너일가가 모두 상속하려면 상속세는 2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고 구본무 회장의 ㈜LG 지분을 상속하면서 내기로 한 9000억 원대의 세금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문제는 지분 상속에 필요한 현금을 마련할 통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오너 3세들이 한진칼에 대해 각각 2%대, 총 6.95%의 지분만 갖고 있고, 한진칼을 통해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한진칼 지분(가치 약 1250억 원)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 해도 한계가 있다. 다만 조 회장이 대한항공에서 받을 예정이었던 퇴직금 약 700억 원 중 세금을 제외한 350억 원은 확보할 수 있다. 만일 이들이 현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면 한진칼 주식을 대납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진그룹을 공격하고 있는 행동주의펀드 KCGI가 이미 한진칼 지분을 13.47%까지 늘린 점도 불안 요인이다. 이번에 조 회장의 대한항공 경영권 박탈에 기여했던 국민연금공단의 지분 6.64%까지 합하면 비우호 지분은 20.11%까지 높아진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한진칼 주총과 2021년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원태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한편 조 회장에 대한 배임 및 횡령 혐의 재판은 공소기각으로 종료된다.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를 받는 이명희 전 이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재판은 5월 2일로 미뤄졌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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