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만에 750억… 부동산펀드 나왔다하면 ‘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2일 03시 00분


은퇴자 이모 씨(61)는 지난달 KB자산운용이 선보인 부동산펀드 ‘KB와이즈스타 부동산신탁 1호’에 가입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다. 그러나 판매 시작 10분 만에 매진됐다는 소식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이 씨는 “서울 명동에 있는 건물이 투자 대상이고 기대수익률도 5% 안팎으로 높아 투자하려고 했다”며 “부동산펀드가 정기예금이나 주식보다 나은 것 같아 다른 상품이 나오면 다시 투자를 시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시장에 선보인 부동산펀드들이 ‘완판 행진’을 벌이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달리 부동산펀드는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고액 자산가들은 물론이고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장에 선보인 공모형 부동산펀드는 3종이다. 7일까지 판매된 현대자산운용의 ‘현대 유퍼스트 부동산신탁 25호’는 판매 기간 8일 동안 목표 금액 330억 원을 모두 채웠다. 한정록 현대자산운용 상품리테일팀장은 “스코틀랜드 주도(州都) 에든버러에 있는 건물이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청사로 쓰이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이 지난달 서울 중구의 옛 명동 본점 사옥 투자를 위해 조성한 ‘KB 와이즈스타 부동산투자신탁 1호’는 목표 금액 750억 원을 판매 개시 10분 만에 끌어모아 금융투자업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이탈리아 밀라노의 상업용 건물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한 ‘한국투자 밀라노 부동산투자신탁 1호’도 3일 만에 546억 원을 모집했다. 지난해에도 시장에서 판매된 공모형 부동산펀드 9개 모두 목표한 공모금액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부동산펀드는 특정 부동산을 사들인 뒤 운용 기간 동안 임대료로 수익을 올리고 펀드를 청산할 때 매각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투자 기간은 3년에서 5년 사이이며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중도 환매를 금지하거나 수수료를 높게 책정한다. 반면에 비슷한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리츠(REITs)’는 증시에 상장돼 있어 매매가 자유로운 편이다.


시장 규모는 공모와 사모를 합쳐 80조103억 원에 이른다. 부동산펀드 시장은 과거에는 고액 자산가들이 투자한 사모펀드 위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면서 공모형 시장도 빠르게 커가고 있다. 7일 기준 공모형 부동산펀드 순자산은 2조5239억 원으로 2016년 말(1조2742억 원)의 두 배로 커졌다.

부동산펀드가 시장에서 꾸준히 인기를 끄는 건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 자산들의 수익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 34종의 평균 수익률은 8%를 웃돌고 국내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의 수익률도 평균 5%를 넘는다. 반면에 국내 주식형의 수익률은 평균 ―10.76%에 그쳤고 국내 채권형(2.93%), 해외 채권형(0.74%) 역시 높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로 부동산 경기도 꺾이면 손실이 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해외 펀드의 경우 환차손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펀드의 중도 환매가 어렵고 공실이 생기면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임차인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부동산펀드의 인기가 높기 때문에 당분간 신상품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펀드가 투자하는 건물이 시내 중심가에 있는지, 입주사의 임차 기간이 충분히 남아있는지를 살핀 뒤 투자하면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부동산펀드#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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