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제조업 해외직접투자 중심국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조업 분야 중 중소기업 투자가 특히 베트남으로 많이 이동했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추이를 분석해 22일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0년대 한국 제조업 해외직접투자액의 절반 가까이(44.5%)를 차지했던 중국 비중은 지난해 27.6%로 줄어들었다. 반면 베트남 투자액의 경우 같은 기간 5.7%에서 지난해 17.7%까지 확대됐다.
중소기업 투자의 경우 2014년 처음으로 베트남 투자금액이 중국을 역전한 이후 격차는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의 베트남 투자금액은 7억2000만달러(8126억원)로 중국 투자금액 4억3000만달러(약 4853억원)보다 약 1.7배 많았다. 다만 대기업의 경우 아직은 중국이 베트남의 2.5배 수준으로 높다.
중국과 베트남으로 투자하는 제조업종도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990년대 중국 주력 투자 업종은 전자부품·비금속·자동차·섬유·의복 등이었지만 최근 3년간 비중을 보면 비금속·섬유·의복이 빠지고 전기장비·화학물질 등으로 대체됐다. 베트남 투자는 1990년대 섬유제품(28.3%)·전자부품(26.3%) 두 업종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최근 3년은 전자부품(29.8%)·의복(10.1%)·섬유(8.6%) 등으로 다변화 되는 추세다.
한경연은 “중국과 베트남의 외국인투자 환경 및 정책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2008년부터 외국기업의 법인세율을 25%로 단일화했지만, 베트남은 하이테크 산업 분야에 대해 4년간 법인세 면제 혜택을 주는 등 투자 환경이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일반기업의 외국인 투자 한도 철폐·외국인 투자 가능 분야 제한 완화 등의 외국인 투자유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전체 산업 분야로 넓혀봐도 중국 투자 비중은 과거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해외투자금액 중 중국 투자액 비중은 2005년 39.4%에서 지난해 6.8%까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미국 투자 비중은 17.2%에서 35%까지 늘었다.
전체 해외투자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많이 줄었다. 2005년 해외직접투자의 절반 이상인 56.5%를 차지했던 제조업 비중은 지난해 18%까지 떨어졌다. 이와 반대로 M&A(인수합병)형 투자는 2000년 8.1%에서 지난해 47.1%로 가파르게 올랐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중국 내 외투기업 우대 축소와 노동비용 상승 등으로 중국 투자가 줄었다”며 “반면 각종 우대혜택을 늘리고 있는 베트남과 같은 신흥국으로의 과감한 투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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