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親노동’ 송영중 부회장 해임… 재계 “新관치 인사의 예고된 파국”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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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총회서 해임안 96% 찬성

내부 갈등으로 몸살을 앓아온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송영중 상임부회장(사진)을 해임했다. 애초에 무리한 인사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경총이 사태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일 경총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원사들이 모인 가운데 임시총회를 열었다. 이날 안건은 송 부회장 해임안과 정관 개정안이었다. 경총은 그간 송 부회장의 잇단 친(親)노동 행보 논란과 내부 갈등설로 내홍을 겪었다. 손경식 회장과 경총 회장단은 송 부회장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했지만 송 부회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총회로 이어졌다.

이날 경총 회원사 407곳 중 63곳 관계자들이 총회에 참석했고 나머지 회원사 중 170곳은 위임장으로 의견을 냈다. 송 부회장 해임안은 233곳 중 224곳(96%)이 찬성해 의결됐다. 경총은 송 부회장이 직원들 간에 분열을 조장하고 사무국 운영을 파행으로 이끌었으며 경제단체의 정체성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또 회장의 업무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경총의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덧붙였다. 경총은 이날 송 부회장을 위한 소명 시간도 마련했지만 송 부회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송 부회장과 갈등설이 일었던 ‘경총의 3인자’ 이동응 경총 전무도 이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손 회장은 송 부회장을 청와대가 추천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전혀 아니고 내가 데리고 왔다. 그분 이력을 보면 할 만한 분이고 내가 면접도 했다”고 말했다. 또 경총이 사업자금 일부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영배 전 경총 부회장의 집무실에 금고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자기 개인금고가 하나 있었고 사유물을 넣어놨다고 한다. 큰돈을 넣어놨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신(新)관치의 폐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사정 관계에서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경영자 단체 부회장에 노동부 관료 출신이 온 것 자체가 의아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손 회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송 부회장의 임명 과정에 정부 여당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여전하다.

손 회장은 “사무국의 오해와 갈등을 수습하고 경총의 업무영역을 노사관계에서 경제사회 전반으로 포괄적으로 확대하는 등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총의 자금 운용을 둘러싼 의혹이 수사로 이어지거나 송 부회장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송영중 부회장 해임#경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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