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벤처펀드’ 사모펀드 쏠림 막고 공모펀드 유리하게

  • 동아일보

금융위, 공모주 배정방식 변경
펀드 순자산 규모 따라 물량 정해 공모펀드에 최대 10% 추가 허용
무등급 CB-BW에도 채권투자 가능… 사모펀드 환매금지 18개월로 늘려

출시 20여 일 만에 2조 원의 뭉칫돈을 끌어모으며 인기를 끌고 있는 ‘코스닥 벤처펀드’가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찾는 공모펀드에 유리하도록 개편된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초반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공모펀드보다는 고액 자산가나 기관투자가 중심의 사모펀드 위주로 성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코스닥 벤처펀드 균형성장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모펀드로 집중되면 소액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주고, 창업·벤처기업에는 모험 자본을 제공한다는 도입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상반기(1∼6월) 안에 관련 규정을 고쳐 새 방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지난달 5일 첫선을 보인 코스닥 벤처펀드는 펀드 자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해제된 지 7년이 되지 않은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또 자산의 15% 이상은 벤처기업의 신규 발행 주식이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CB와 BW는 공모펀드에 편입하기 어려워 사모펀드 위주로 시장이 커왔다. 지난달 26일 현재 148개의 코스닥 벤처펀드로 총 1조9469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하지만 이 중 공모펀드는 7개로, 전체 판매금액의 26.9%인 5236억 원만 유입됐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코스닥 공모주의 30%가 코스닥 벤처펀드에 우선 배정되는 방식을 공모펀드에 유리하도록 개선했다. 현재는 상장 주관사가 자율적으로 공모주 물량을 배정한다. 높은 가격 등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펀드를 우대해 소규모 사모펀드에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대형 공모펀드에 유리하도록 펀드 순자산 규모에 따라 공모주 물량이 배정된다.

여기에 공모펀드는 최대 10%의 공모주 물량을 추가로 배정받을 수 있는 규정도 만들었다. 아울러 공모펀드가 공모주를 신청할 때 순자산의 10% 이내에서만 청약하도록 제한하는 규제도 사라진다. 사모펀드는 이런 제약이 없어 유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개정된 공모주 배정 방식은 당장 이달 16, 17일 예정된 공모주 청약부터 적용될 방침이다.

공모펀드가 담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진다. 현재 공모펀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이 있는 CB, BW 등의 채권에만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론 적격기관투자가(QIB) 시장에 등록된 무등급 CB, BW 등도 투자할 수 있다. 현재 공모펀드를 판매 중인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무등급 CB, BW 투자가 허용되면 공모펀드 출시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사모펀드는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공모주 먹튀’를 막는 장치가 마련된다.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만 누리고 펀드를 환매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서다. 현재도 공모주를 받고 펀드 설정 1년 안에 펀드를 팔 경우 ‘불성실 기관투자가’로 지정돼 1년간 공모주 배정이 제한된다. 앞으로는 이와 함께 1년 6개월 이상 환매 금지 기간을 둔 사모펀드에 대해서만 공모주 우선 배정 참여 자격을 주기로 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사모펀드는 CB, BW 중심의 비상장 단계 초기 투자에 더욱 특화하고, 공모펀드의 경우엔 공모주 중심의 상장 주식에 원활하게 투자하도록 해 벤처펀드 전체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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