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분리’ 악용한 일감 몰아주기 막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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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지원-사익편취 드러나면 계열 제외 ‘친족분리’ 신청 금지

대기업집단(그룹)이 계열분리 제도를 이용해 총수 일가의 친족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제도가 마련됐다. 대기업 총수의 6촌 이내 친족이나 4촌 이내 인척이 운영하는 계열사를 그룹에서 제외해 주는 ‘친족분리 제도’를 악용한 일감 몰아주기가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이런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현재 대기업 계열사는 30% 이상의 내부거래가 있으면 제재 대상이 되지만, 친족분리 기업은 모(母)대기업과의 거래량이 많아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친족분리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는 게 적지 않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일례로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최대주주였던 유수홀딩스는 일부 계열사가 한진해운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68%에 달했다. 그러나 유수홀딩스는 이미 친족분리된 기업이어서 제재를 할 수 없었다. 2015년 2월 공정위가 4대 그룹에서 분리된 48개 회사의 실태를 알아본 결과 23개 회사의 모그룹에 대한 거래 의존도가 50% 이상이었다.

기존에는 친족분리와 관련한 뚜렷한 기준이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친족분리를 신청하는 기업은 모 대기업집단과의 최근 3년 치 상세 거래내역을 공정위에 내야 한다. 공정위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는지 먼저 확인할 방침이다. 만약 ‘부당지원 행위’ ‘사익편취 행위’ 등으로 공정위에 조치를 받은 전력이 있으면 아예 친족분리를 신청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친족분리가 된 이후에도 3년 동안 모 대기업집단과의 거래내역을 해마다 공정위에 내야 한다. 이 역시 일감 몰아주기 규정에 어긋나면 공정위는 친족분리를 취소하고, 대기업 계열사에 준해 제재할 방침이다. 공정위 당국자는 “자료 검토는 직권 조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자세하게 할 것”이라면서 “만약 법에 위반된 사실이 발견되면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존에 분리된 기업들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고 앞으로 분리되는 기업에만 적용된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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