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형태 원하는대로… 삼성 ‘더 월’ TV 정의를 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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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LED 기술 적용
146인치 모듈러 TV 세계 첫 공개

삼성전자는 7일(현지 시간)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 LED 기술을 적용한 146인치 모듈러 TV ‘더 월’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모델들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7일(현지 시간)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 LED 기술을 적용한 146인치 모듈러 TV ‘더 월’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모델들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기존 TV의 정의를 깨야 한다.’ 2011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같은 보고서를 작성해 내부에 공개했다. 세계적인 인구 감소 추세로 TV 시장 정체가 예상되는 만큼 더 이상 가정용 TV만으론 과거 같은 수익 구조를 유지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집안의 TV뿐만 아니라 공공시설이나 식당 벽, 영화관 스크린 등이 모두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존 TV에 대한 개념 자체를 바꿔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였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7년 만에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삼성전자는 ‘CES 2018’ 개막에 앞서 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엔클레이브 컨벤션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을 적용한 146인치 모듈러 TV를 선보였다.

‘더 월(The Wall)’이란 이름처럼 크기와 형태에 대한 제약 없이 평평한 벽면이면 어디든 설치가 가능한 미래형 스크린이다.

마이크로 LED 기술은 마이크로미터(μm) 단위의 초소형 LED 반도체 칩 하나하나에 RGB(적·녹·청) 색상을 구현해냈다. LED 그 자체가 광원이 되는 ‘자발광’ 방식이라 액정표시장치(LCD) TV와 달리 백라이트뿐 아니라 컬러필터도 필요 없다. 기존 디스플레이 대비 밝기와 명암비, 색 재현력, 검은색 표현력이 개선되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전자는 대만의 마이크로 LED 업체 등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마이크로 LED를 직접 생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록처럼 조립해 이어 붙일 수 있는 모듈러 방식이기 때문에 설치 장소의 크기와 특색에 따라 스크린 사이즈와 형태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 사이즈에 TV 크기를 맞춰 생산하던 것과 달리 이제 소비자가 원하는 공간에 맞춰 TV 크기를 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화면 테두리가 없는 베젤리스 디자인이 가능해 벽 전체를 영화관처럼 만들 수도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LED TV를 앞세워 LG전자가 주도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진영에 맞불 작전을 놓으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퀀텀닷’(빛을 받으면 각각 다른 색을 내는 양자(量子·퀀텀)를 나노미터 단위로 주입한 반도체 결정) 기술을 기반으로 한 ‘QLED TV’를 내놨다. 하지만 QLED TV는 OLED와 달리 백라이트를 써야 하는 LCD TV로서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마이크로 LED 기술을 추가로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QLED와 마이크로 LED를 ‘프리미엄 투트랙’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마이크로 LED TV는 기술적으로 대형화가 어려운 OLED와 달리 대화면으로 제작하기 쉽다는 점에서 ‘8K(7680×4320)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8K는 기존 고화질(풀HD·1920×1080)보다 16배, 초고화질(UHD·3840×2160)보다 4배 더 선명한 3300만 화소 화질이다. 업계는 올해가 8K TV 상용화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유기물질을 사용하는 OLED에 비해 광원 수명이나 발광효율, 소비전력 등 내구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우수한 것도 마이크로 LED 기술의 장점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은 연내 주문 생산 방식으로 판매를 시작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가격은 미정이지만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반도체 웨이퍼 한 장에 더 많이, 미세하게 마이크로 LED를 그려낼수록 단가는 낮아진다”며 가격 경쟁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저해상도를 고화질로 바꿔주는 85인치 8K QLED TV도 함께 선보였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불거진 망 중립성 이슈로 넷플릭스 등 콘텐츠 제작사들의 8K 콘텐츠 생산이 예정보다 늦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비책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자체 AI 플랫폼인 ‘빅스비’,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인 ‘스마트싱스’와 연동되는 2018년형 삼성 스마트 TV도 선보였다. 빅스비가 적용된 스마트 TV는 3월 한국과 미국에서 우선 출시된다.

라스베이거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더 월#tv#마이크로 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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