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다자간 제휴때 과거 파트너부터 찾는 기업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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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간 전략적 제휴가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이 중 상당수는 3개 기업 이상이 참여하는 다자간 제휴로 체결된다. 하지만 최근까지 다자간 제휴가 애초에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에 미국의 한 연구팀은 벤처캐피털의 공동투자 활동을 중심으로 다자간 제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실증 연구했다.

연구팀은 1985년부터 2008년 사이 미국에서 진행된 벤처투자 중 첫 펀딩 라운드에 3개 이상의 벤처캐피털이 참여한 투자 자료를 수집했다. 첫 라운드는 해당 벤처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들의 최초 투자가 이뤄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여러 벤처캐피털 간의 공동 투자 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기간 중 실제 발생한 첫 라운드 벤처투자 1336건의 자료를 활용해 ‘발생할 수 있었으나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은’ 가상의 벤처투자 6680건을 생성했다. 이 둘을 상호 비교함으로써 어떤 속성이 다자간 협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구 결과, 참여하는 벤처캐피털의 수가 많고, 벤처캐피털들 간 업계 내 지위 격차가 클수록 과거 협력했던 경험이 있는 벤처캐피털들끼리 투자그룹을 형성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벤처캐피털은 투자 결정 시 위험에 대한 성향이나 의사결정 기준 등이 서로 상이하기 때문에 같은 벤처기업을 두고도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공동투자자의 수가 늘어나고 각자의 업계 내 지위 차이가 커질수록 의견 차이를 조정하고 협력을 도모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과거에 같은 벤처기업에 공동투자 한 이력이 있는 벤처캐피털끼리 투자그룹이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협력 경험이 풍부할수록 견해차를 줄여 타협점을 찾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다자간 협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지닌 서로 다른 관점과 의견을 조율하고 협력 가능한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협력의 규모가 크거나 이해관계가 전혀 다른 파트너들과 협력해야 하는 경우, 과거에 함께했던 경험이 있는 파트너와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성공적이다.

강신형 KAIST 경영공학 박사 david.kang98@gmail.com
#제휴#기업#경영#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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