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콘텐츠 제작을 목표로 하는 360도 VR(가상현실) 영상은 파트너십을 맺은 삼성전자의 전용 카메라로 제작합니다. 편집국 전체가 이 실험을 통해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어요.”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타임즈 본사에서 만난 그라함 로버츠 디렉터는 뉴욕타임즈에서 진행하고 있는 VR영상 콘텐츠인 ‘데일리360’ 제작 현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뉴욕타임즈에서 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로버츠 디렉터의 직함은 ‘몰입 플랫폼 스토리텔링 디렉터’다. 국내 언론사에는 없는 생소한 직함이다. 뉴욕타임즈가 그만큼 시각화에 중점을 두고 독자의 몰입을 유도하는 새로운 콘텐츠 제작을 중시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현재 세계 언론의 공통된 현실은 미국에서 잘 나간다는 뉴욕타임즈조차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독자의 관심을 더 받기 위해 몸부림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변했다. 동아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한 ‘KPF 디플로마-디지털 미디어의 미래’ 교육 과정의 하나로 미국 현지 언론사를 방문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해 나가는 언론사들의 노력을 살펴봤다.
● 전 세계 통신원에 VR카메라 보급…1일 1영상 제작
VR기술을 통해 ‘디지털퍼스트’ 전략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뉴욕타임즈다. 뉴욕타임즈는 데일리360 서비스를 통해 360도 반경을 촬영할 수 있는 VR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매일 1건 이상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VR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특수 안경을 끼고 영상을 보면 현장에 있는 것처럼 몰입해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뉴욕타임즈는 2015년 11월 전쟁터에서 고통 받는 난민 어린이의 실상을 보도하는 영상을 시험적으로 선보인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매일 1개 이상의 영상을 제공하는 데일리360 서비스를 시작했다. 로버츠 디렉터는 “VR카메라는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데 특히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까지 공개한 400여 편의 영상들이 총 84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뉴욕타임즈는 데일리360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전 세계에 포진한 특파원 및 통신원들에게 삼성전자의 VR카메라를 나눠줬다. 삼성전자는 뉴욕타임즈와 파트너십을 맺고 VR영상을 촬영할 수 있도록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제공했다. 스케일이 큰 주제에는 3~10명 정도가 한 팀으로 작업을 하고, 때로는 촬영자 혼자 보도 영상을 제작하기도 한다.
뉴욕타임즈가 VR영상 제작에 힘을 쏟는 이유는 간단하다. 종이신문 구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어떻게 독자의 몰입도를 높이는 고유의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그 중심에 있다. 로버츠 디렉터는 “온라인 구독 서비스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독자들이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상호작용을 해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편집국에서도 날마다 어떤 콘텐츠가 흥행에 성공하고 실패할 것인지를 실험을 통해 배운다”고 말했다.
● 다양한 ‘디지털’ 실험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과 파트너십을 맺고 VR영상은 물론 AR(증강현실) 기술까지 보도에 접목해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3일 뉴욕 맨하튼의 월스트리트저널 본사에서 만난 영상부서 담당 조애나 스템 기자는 “고유의 영상 서비스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요즘 월스트리트저널의 최대 고민”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즈처럼 매일 1개 이상의 영상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월스트리트저널도 VR 콘텐츠 제작을 위해 꽤 많은 투자를 한다. 최근에는 VR카메라 16대로 이뤄진 ‘구글점프’라는 고급 사양의 VR카메라를 활용해 아프리카 콩고의 밀림 속 고릴라를 영상으로 제작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카메라 여러 대로 촬영할수록 화질이 높아 생동감을 더해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VR영상 콘텐츠 제작에 더해 AR기술을 이용한 콘텐츠에도 관심이 많다. 주식 가격의 오르내림을 AR기술로 입체적으로 시각화해 스마트폰을 통해 독자들이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스마트폰을 터치하거나 드래그해서 추가 정보를 볼 수도 있다. 구글의 AR 헤드셋인 ‘홀로렌즈’를 사용하면 더 입체감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스템 기자는 “많은 언론사에서 VR뉴스 제작을 시도하고 있지만, 전용 안경이 필요하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앞으로 AR기술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5일 미국 워싱턴D.C 워싱턴포스트 본사에서 만난 제레미 길버트 몰입콘텐츠전략 디렉터는 “디지털 기반의 전략을 통해 현재 약 100만 명의 온라인 유료 구독자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VR, AR 뉴스도 선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허리케인, 화성탐사, 갈라파고스 섬 등 다양한 주제로 VR 보도영상을 제작했다. 촬영기자, 비디오 기술·그래픽 담당자 등 6명의 디지털 탐사보도 팀원들이 자체 제작한 VR 콘텐츠를 매달 3~5개씩 보도한다. 백악관이 위치한 워싱턴 D,C의 특성상 보안 문제로 드론을 띄울 수 없는 곳에는 연에 카메라를 매달아 영상을 촬영한다. AR 분야의 경우 박물관을 실제로 방문한 것처럼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다.
이들 언론사들이 콘텐츠 제작에 투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초기단계지만 VR, AR 콘텐츠들을 통해 수익이 창출될 기미도 조금씩 보이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제작한 AR콘텐츠에는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가 스폰서로 참여해 온오프라인 광고를 진행했다. 길버트 디렉터는 “언론사에서 디지털 전략의 중요성은 이제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다. 전통적 언론사의 생존을 위해서는 신문발행 중심의 편집국 문화에 전반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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