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 이익률, 車산업의 7배… 저성장 타개할 열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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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주최 ‘2017 바이오 미래 포럼’

클리핑거 “기계보다 바이오가 중요해지는 변화 온다” 존 헨리 클리핑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2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바이오 미래 포럼’에서 바이오산업 트렌드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클리핑거 “기계보다 바이오가 중요해지는 변화 온다” 존 헨리 클리핑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2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바이오 미래 포럼’에서 바이오산업 트렌드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일본 규슈대 연구진은 최근 몸 안의 암세포 온도를 감지해 치료약을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nm(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의 초미세 입자를 이용한 기술이어서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2012년에는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들이 초미세로봇인 ‘나노봇’으로 환자의 정상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암 세포만 직접 공격해 암을 치료하는 데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이 기술은 환자 몸 전체에 영향을 미쳤던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어 혁신 기술로 꼽혔다.

이런 나노 치료 기술처럼 바이오산업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경제’ 시대가 열리고 있다. 3차 산업혁명을 이끈 정보기술(IT)이 효율과 편의성 중심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 핵심 요소로 꼽히는 바이오기술(BT)은 인류의 삶과 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 바이오경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 바이오 시장 규모는 2030년 4조3000억 달러(약 4972조 원) 규모로 2015년 1조5000억 달러보다 3배 가까이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2017 바이오 미래 포럼’은 바이오경제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세계적인 미래학자 존 헨리 클리핑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결국 생태혁명이 될 것”이라며 “기술 융합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계보다 바이오가 중요해지고, 효율성보다 회복성과 생명성에 기반을 둔 폭발적인 변화가 온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예가 디지털과 바이오의 융합이다. 클리핑거 교수는 “기술, 경제, 정보 등 모든 분야에서 전에 없던 융합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유전자를 교정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로 종(種)의 경계가 사라지고, 인간의 몸과 기계가 연결되는 초현실적인 생태계가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처럼 물리적인 세계와 디지털이 융합됨으로써 인간이 경험하는 현실이 더욱 증강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데이터는 디지털 생태계의 필수 영양소이자 물 같은 존재”라며 “데이터 관리에 바이오가 접목돼 사람 자체가 하나의 패스워드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데이터도 단지 수집하는 대상이 아니라 생명력이 있고 인간을 지켜보는 주체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화진 한국IBM 대표는 “미국은 헬스케어 관련 데이터만 150EB(엑사바이트·1EB는 약 10억 GB)에 이른다”며 “폭증하는 데이터를 다 받아들이지 못하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인공지능(AI)을 대안으로 꼽았다. 싱가포르 병원에서는 AI가 환자들의 진료기록을 공부해뒀다가 환자에게 좋지 않은 생체 신호가 감지되면 의사를 알아서 호출한다. 일본 홀몸노인들은 집으로 배달된 태블릿PC의 왓슨과 대화하며 약 복용 여부 등을 관리받는다.

바이오산업의 경제적 효과도 강조됐다.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바이오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혁신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은 “2015년 미국의 주요 산업 영업이익률 분석 결과 바이오(30%)가 1위, 반도체(18%), 화학(9%), 자동차(4%) 순이었다. 저성장 고실업 시대를 타개할 신성장동력으로서 바이오산업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국은 기술 선점 채비도 한창이다. 미국은 2012년 연구개발(R&D) 투자지원 및 규제 개혁, 부처 및 산업 간 장벽 해소, 바이오산업의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개선 등을 담은 국가 바이오경제 발전 계획을 수립한 뒤 바이오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로비 바베로 전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 디렉터는 “미국 연방정부는 매년 300억 달러를 BT에 투자하고 있다”며 “바이오경제 전략에 인재 양성, 핵심 인프라 마련, 기업가 정신 배양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위스연방교육연구혁신청(SERI)의 이사벨라 베레타 박사는 “최근 150개 이상의 제약 R&D 프로젝트에 5000만 스위스프랑을 지원했다. 민간기업의 투자액이 전체 R&D 지출의 25%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2014년 재생의학촉진법을 제정해 재생의약품에 대한 인허가 문턱을 대폭 낮추는 등 바이오 규제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동진 shine@donga.com·강승현 기자
#바이오산업#이익률#2017 바이오 미래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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