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지점에서 상담을 받은 직장인 김민철 씨(가명)는 문구점에 들러 가계부를 하나 구입했다. 나이, 소득 등 형편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보다 저축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을 알게 돼 소비를 줄여야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김 씨는 지점에서 자신과 비슷한 생활수준의 고객들이 많이 가입한 적금 상품도 들었다.
앞으로 은행을 찾으면 김 씨처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금융상품을 추천받고 투자 포트폴리오도 짤 수 있다. 신한은행은 16일 전국 700여 개 디지털 영업점(7000여 개 창구)에서 태블릿PC를 기반으로 하는 ‘빅데이터 기반 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태블릿PC를 통해 다른 고객들의 금융생활을 자신과 비교하면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태블릿PC에 본인의 성별과 연령, 거주지, 직업 등 정보를 입력하면 자신과 유사한 정보를 가진 고객들의 월소득, 주택 소유 여부, 월저축 및 소비, 금융상품 보유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금융생활을 점검하고 자신에게 맞는 상품 등을 추천받는 방식이다.
카드사에 이어 시중은행들도 본격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고객들의 자료를 분석해 이를 바탕으로 금융상품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고객들의 향후 소득, 저축액뿐 아니라 콜센터 상담 내용 등도 분석해 연체율을 예측하는 데 쓰고 있다.
은행들의 빅데이터 서비스는 자영업자나 투자자를 위한 상권 분석이 많은 편이다. KB국민은행의 ‘상가정보 통합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지리정보시스템(GIS)을 기반으로 전국 1200여 개 주요 상권의 여신 통계, 유동인구, 시장 동향 등에 대한 통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IBK기업은행도 전국 주요 상권과 23개 업종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사업성을 예측하는 상권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500m 단위로 지역을 세분해 해당 지역 고객들의 소비 패턴, 유망 업종, 상권 동향 등을 분석해준다. KEB하나은행은 은행 홈페이지와 콜센터에서 수집된 고객의 행동패턴, 상담 태도 등을 분석해 여신심사에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카드 업체들도 다각도로 빅데이터를 사업에 접목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이날 리얼미터, 넷마블게임즈, 아이엠그루 등 3개 회사와 빅데이터 관련 스타트업인 ‘빅디퍼’에 공동 투자하는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국민카드는 이번 투자로 해당 업체의 지분 34.5%를 가진 2대 주주가 됐다. 국민카드는 빅디퍼의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신한카드의 ‘빅데이터 컨설팅’은 이미 수익 모델로 자리 잡은 상태다. 신한카드는 올해 초 국내 한 대형 건설사의 의뢰를 받아 주상복합아파트의 상가 배치를 도왔다. 인기 주상복합들의 상가 구성과 해당 아파트의 고객 소비행태를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다. 또 주변 지역의 유동인구를 분석해 홍보 효과가 높은 곳에 옥외광고 간판도 설치했다.
금융사들이 이처럼 빅데이터 사업에 몰입하는 이유는 기존의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획일적인 상품 판매 방식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전통적인 금융회사의 영업 방식이 앞으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록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는 고객의 목소리나 자주 쓰는 단어까지 분석하면 고객의 성향이나 연체율까지 미리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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