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증시 눈 돌린 개미 “세상은 넓고 살 株는 많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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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투자액 연내 10조원 돌파 전망

국내 섬유업체에서 임원까지 지내고 퇴직한 김모 씨(74)는 은퇴자금 1억여 원을 베트남 주식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수출을 하면서 해외 시장에 관심이 많았던 김 씨는 최근 베트남 시장이 과거 1980년대 한국처럼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심했다. 그는 “당시 삼성전자 주식을 못 산 게 한인데, 지금 해외 시장에서 그때 놓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부동산과 증권, 인프라 업종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증시에 훈풍이 불면서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미국 등 세계 각국의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거나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등 호조가 이어지자, 국내 투자자들이 좁은 우물을 벗어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6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직접투자 잔액은 80억4600만 달러(약 9조1724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60억700만 달러)는 물론 역대 최대치였던 2015년 60억1900만 달러도 넘어선 것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말에는 1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이 같은 해외주식 투자 붐은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코스피는 기나긴 ‘박스권’을 탈출하고 신흥국 시장에서 비교적 우수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해외 증시의 흐름은 이보다 더 좋다. 선진 시장인 미국의 나스닥지수는 올 들어 18.52% 오르며 코스피를 앞질렀다. 홍콩 항셍지수는 25.06%가 올랐다. 중국 증시도 텐센트 등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과거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대신에 선진국 증시를 두드렸던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에는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신흥국 시장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종목별로도 국내 주식의 주가 상승률을 압도하는 해외 주식들이 눈에 띄었다. 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종목은 아마존이었다. 아마존 주가는 이달 26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보다 25.17%가 올랐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이 기간 주가가 두 배 가까이(90.21%) 오르기도 했다. 홍콩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산 종목인 텐센트의 주가는 79.44% 올랐다. 국내에선 올해 들어 주가가 43.34%나 오른 삼성전자의 독주에 투자자들이 흥분했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삼성전자를 앞지른 기업이 훨씬 많았던 것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에서 한국 자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한 만큼 적극적으로 해외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해외에도 삼성전자 같은 주식들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해외에서도 관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해외주식 10개 종목 중 절반 이상이 정보기술(IT) 관련주였다.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권사들도 해외주식 투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은 물론 모바일로도 직접 해외주식 투자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내놓고 있으며, 일부 증권사는 전담 조직을 신설해 관련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주식 직접투자를 통해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찾을 수도 있지만,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와 투자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투자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해외주식은 시세차익의 22%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국내주식 투자에 비해 투자 대상 국가와 기업의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황 실장은 “해외주식 투자는 환율 리스크에도 노출이 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해외증시#주식#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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