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투자 열풍에… ‘WTI’ 구글 검색, 한국이 1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유가 제자리… 수익 낮지만 안전해
코스피 조정기에 대안으로 떠올라

‘원유 ETN’ 상품에 뭉칫돈 몰려
유가 떨어지면 큰 손실 주의해야

올해 들어 구글 검색창에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를 가장 많이 검색한 국가는 어디일까. 전 세계 구글 검색량을 분석하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정답은 WTI 생산국인 미국도, 아시아 원유 선물거래 중심지인 싱가포르도,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도 아닌 한국이다.

한국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인 데다 WTI가 아닌 중동산 두바이유를 주로 수입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예상밖의 결과다. 비밀은 투자에 있었다. 코스피가 북한 리스크와 누적된 피로감으로 조정기에 들어간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이 그 대안으로 원유 투자에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원유 투자가 인기를 끄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원유 가격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 가격이 큰 변동 없이 박스권에 머물러 있으면 비록 투자 수익은 낮아지지만, 투자의 안전성은 높아진다. 박스권의 하단에 산 뒤 상단에서 되팔기를 반복하면 투자 손실 위험은 최소화하면서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코스피가 오랫동안 박스권(1,800∼2,200)에 머물 때도 국내 투자자들은 이 같은 단기 박스권 매매로 투자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실제로 최근 WTI 등 국제유가는 산유국의 감산 합의와 높은 이행률에도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이미 오름세를 탄 구리나 아연 등 다른 원자재 가격과는 다른 흐름이다. 1일(현지 시간·4일은 노동절로 휴장)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는 배럴당 47.29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말 53.72달러보다 11.97% 하락한 것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반기 계절적 요인에 따라 석유 수요는 더 늘겠지만, 여전히 국제 석유시장에 재고가 많이 쌓여 있어 유가는 상반기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유 투자에서 재미를 보는 투자자가 늘면서 최근에는 기대수익을 더 높일 수 있는 관련 금융상품에 뭉칫돈이 쌓이고 있다.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더한 상장지수증권(ETN) 상품이 대표적이다. 레버리지 원유 ETN은 유가가 오르면 상승분 이상의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유가가 떨어지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금융회사별로는 삼성증권의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이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상장한 지 두 달 만에 하루 평균 거래량이 170만 주에 도달했다. 이어 신한금융투자의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도 거래량이 많다. 배경숙 삼성증권 송파WM지점 PB팀장은 “이런 상품의 경우 단기 투자로 수익을 올리려는 초고위험 투자자들이 먼저 문의를 해온다”고 말했다.

다만 WTI 투자는 유가 흐름에 따라 수익 변동성이 크고 레버리지 상품은 손실 위험이 더 높아진다. 그만큼 투자자들은 방망이를 짧게 쥐고 투자 손실에 세심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레버리지 상품은 다른 상품에 비해 고수익인 만큼 위험을 즐기는 투자자들에게는 적합하지만 그만큼 손실이 클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에너지원으로서 석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유가#원유투자#wti#구글 검색#서부 텍사스산#원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