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투톱 손잡았지만… 추경-금리 미묘한 시각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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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부총리-이주열 총재 첫 회동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만나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만나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은행은 정말 중요한 기관이다. 소통하면서 의견을 많이 듣겠다. 겸허한 자세로 왔다.”(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당시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이었던 김 부총리와 열심히 일했던 기억에 감회가 새롭다.”(이주열 한은 총재)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김 부총리와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이 총재의 첫 만남은 화기애애했다. 재정과 통화를 담당하는 두 경제수장은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정책을 조화롭게 운용하는 정책 조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두 기관이 각각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경제정책에 엇박자가 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정부가 일자리 확대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쓰는데 한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재정정책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인식해 양 기관은 공동 보도자료에서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적어도 시장에 다른 신호를 보내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 2008년 금융위기 함께 넘은 두 경제수장

13일 낮 12시 김 부총리는 정부 경제팀 수장으로는 역대 세 번째로 서울 중구 한은 본관을 찾았다. 이 총재는 본관 1층까지 나와 김 부총리를 맞이했다.

김 부총리는 취임식도 하기 전에 한은을 찾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국회 외에 방문한 첫 번째 기관이라는 점도 부각했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에 구조적인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김 부총리의 지식과 경험, 리더십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게 정책을 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부총리는 청와대 비서관으로, 이 총재는 한은 부총재보로 일하며 파트너로서 경제정책 관련 의견을 가감 없이 주고받았다. 한은의 기재부 파트너는 1차관 라인의 경제정책국이지만 김 부총리가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금융까지 담당하면서 인연이 닿았다. 김 부총리는 아주대 총장 재직 시절 한은 창립 기념식에 빠짐없이 참석하기도 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두 사람은 서로 아끼는 후배들을 소개해줄 정도로 신뢰가 돈독하다”고 했다.

○ ‘폴리시믹스’ 가능할까

두 수장은 더덕구이와 갈치구이가 포함된 3만 원짜리 한식 백반을 앞에 두고 배석자 없이 1시간가량 오찬을 했다. 한은은 “이 총재가 재임 기간 중 배석자 없이 단독 회동한 경제부총리는 김 부총리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장은 기재부와 한은의 정책 공조가 강화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문재인 정부가 추경 등 확장적 재정정책에 나서는 만큼 통화당국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당분간 유지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이 총재는 12일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검토를 언급했다. 비록 이 총재가 “당분간은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상이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은 금리 인상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5월 회의록에서는 “소비 개선에 대응한 금리 인상은 불안 축적을 억제한다”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등 엇갈린 의견이 부각됐다. 정부로서도 딜레마다. 경기 회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단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계부채 확대를 막기 위해 부동산 투기 단속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날 만남은 일단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됐다. 김 부총리는 회동 직후 “격의 없이 국내 경제상황, 미국의 금리 인상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고, 이 총재도 “경제 전반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밝혔다.

이건혁 gun@donga.com·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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