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긋 웃은 상장사… 매출 영업익 순익 3박자 호조

  • 동아일보

코스피 기업 1분기 실적 들여다 보니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올해 1분기(1∼3월)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이 동시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수년간 이어진 ‘불황형 흑자’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전기전자 및 정보통신(IT) 업종의 호황에 국제유가 회복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면서 수출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대폭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실적 개선이 대기업 수출 업종 중심으로 이루어져 내수시장으로 온기가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불황형 흑자’ 탈출 청신호

1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12월 결산법인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 재무제표를 제출한 606개 회사 중 금융회사 등을 제외한 536개 회사의 1분기 매출액은 455조549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420조4269억 원)에 비해 매출액이 8.35% 늘어난 것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8조890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34%, 당기순이익은 32조1938억 원으로 35.77% 증가했다. 기업이 장사를 잘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8.54%, 매출액 순이익률은 7.07%로 나타났다. 상장기업이 1000원어치를 팔면 약 85원을 영업이익으로, 약 70원을 순이익으로 손에 쥔다는 뜻이다. 지난해 1분기 매출액 영업이익률(7.38%)과 순이익률(5.64%)보다 모두 좋아진 것이다.

주목할 점은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이다. 상장사들의 매출은 최근 2년간 제자리걸음을 했다. 2015년 1분기 상장사들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78% 줄었고, 결국 그해 매출은 전년보다 3.01% 감소했다.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뒷걸음질쳤다는 우려가 나왔다. 2016년에도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24% 느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고, 신흥국들을 괴롭혔던 저유가가 어느 정도 해소된 모습을 보이면서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상장사들의 매출액은 2015년보다 0.8%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상장사들의 매출이 큰 폭으로 개선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수년간 매출은 줄고 영업이익만 내는 ‘불황형 흑자’로부터 벗어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들은 수년간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을 바탕으로 인건비 축소, 투자 축소 등의 허리띠 졸라매기를 하며 이익을 내며 버텨왔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서 몸집도 키우고, 이익도 낼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정종혁 NH투자증권 기업분석부장은 “미국 등 전 세계 경제 지표가 개선된 것이 국내 수출 기업의 매출 증가로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이 ‘올해 영업이익 100조 원’을 무난히 달성하며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 전기전자, 금융 ‘방긋’…내수는 아직 ‘냉기’

매출액 증가금액이 가장 높은 업종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전기전자 업종 49개사로 조사됐다. 이 회사들은 지난해보다 6조9889억 원이 늘어난 55조443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의료정밀(32.5%)이었으며, 철강금속(23%), 화학(17.8%), 서비스업(16.1%) 등이 뒤를 이었다.

금융사들의 실적 개선도 두드러졌다. 금융사들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평균 44.1% 늘어나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평균치를 넘어섰다. 특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 상승세에 힘입어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이 71.2% 늘었다. 다만,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수출 업종에 치중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종혁 부장은 “농업 어업 등 1차 산업, 전기 가스를 비롯해 소비재, 식음료 등 내수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은 아직 경기 회복의 온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코스피#기업#1분기#실적#매출#영업익#상장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