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시대’를 선언하면서 금융권도 새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정규직이 아닌 30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한 IBK기업은행의 ‘정규직 전환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금융 공공기관과 은행 및 금융투자업계는 비정규직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률적인 정규직화보다 전문직군별 채용과 보상 체계를 선진화하는 방안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탄력 받는 기업은행의 정규직화
15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기업은행의 준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는 각각 3056명, 425명이다. 전체 직원(1만1532명)의 약 30%다. 준정규직은 주로 영업점 창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으로 정년이 보장되지만 보상체계 등이 정규직과 다르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지난해 12월 행장 취임 후 “차별 없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작업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올해 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관련 논의를 진행해왔다. 노사 협의를 통해 이르면 올해 안에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의 구체적 방법이나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새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만큼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등 다른 금융 공공기관은 상대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창구 직원이 많지 않은 데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작업도 수년간 진행됐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창구 담당 직원들이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고 남아있는 비정규직은 대부분 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새 정부가 보호하려는 저임금 근로자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 민간 금융사는 고연봉 계약직 비중 높아
시중은행 대부분은 이미 대규모의 정규직 전환 작업을 마쳤다. 2007년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노사 합의를 통해 약 3100명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2011년 신한은행(약 1000명), 2014년 KB국민은행(약 4200명), 2015년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약 1800명) 등 주요 은행 대부분이 비슷한 절차를 거쳤다.
은행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이들 은행에 남아있는 무기계약직 직원은 신한은행 550명, 국민은행 424명, 하나은행 144명, 우리은행 97명이다. 주로 고임금 전문계약직이나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 등으로 입사한 직원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런 고용 형태는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취지에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증권, 자산운용, 신탁 등 금융투자업계도 비정규직 고용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4만5217명의 종사자 중 계약직은 19.2%인 8685명이다. 이들 대부분이 본점 및 지점의 영업직,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 고액 연봉자들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업의 특성을 고려한 채용제도 개선 등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중은행의 경우 순환보직형 공채 대신 창구직원, 외환딜러, 영업직 등 직군별 채용 방식을 도입해 임금이나 보상체계를 선진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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