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경영정상화 신호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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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래전략실 해체 뒤 첫 임원 인사

《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진 첫 자율 인사.’ 삼성전자가 11일 발표한 올해 인사 키워드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IT모바일(IM), 소비자가전(CE) 사업 부문의 임원 승진 인사를 발표했다. 부사장, 전무 등 임원 총 54명이 승진했다. 올해 삼성전자 인사 발표는 대대적 변화나 혁신과는 동떨어져 있다. 주요 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낸 일부 임원에 한해 승진 및 보직을 변경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말부터 멈춰 섰던 경영시계를 다시 움직이는 데 중점을 둔 ‘경영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에 의미를 뒀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12일 반도체 등 부품(DS)사업 부문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이날 임원 인사를 낸 배경에 대해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매년 미래전략실의 주도 아래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 뒤 곧이어 임원 승진 인사도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사장단 인사부터 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과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해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인사는 결국 5개월이나 늦어졌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인사를 더 미룰 경우 조직 자체의 신진대사가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삼성전자 세트사업 부문 인사는 ‘해외 사업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뒀다. 북미, 중국, 동남아 등 해외 총괄 보직 10곳 중 4명을 교체하고, 2명을 승진시켰다.

모바일 사업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시장 총괄은 권계현 모바일디비전 책임(부사장)이 맡는다. 무선사업부 고동진 사장은 최근 갤럭시 S8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중국 사업은 현재 바닥까지 왔고, 새로운 각오와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때다. 그동안의 실수를 되짚어 반드시 회생할 수 있도록 꼭 승부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모바일 시장에서 화웨이, 오포, 비보 등 현지 토종업체에 밀려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이영희 마케팅팀장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김문수 부사장에 이어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을 맡아 모바일 글로벌 마케팅을 총괄한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단 인사는 없었다. 재계에서는 사장단 인사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1심 구속 만료 기간인 8월 말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심 유무죄 판결 여부에 따라 사장단 인사 일정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측은 다만 “사장단 인사는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날 인사를 두고 각 계열사 대표이사 중심의 자율운영 체제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IM부문, CE부문, DS부문의 대표이사를 각각 따로 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IM과 CE 등 세트사업 부문 인사를 우선 발표하고 DS부문 인사를 미룬 것은 미전실 주도의 그룹 체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성과주의’ ‘신상필벌’ 등을 확고한 인사원칙으로 삼아온 삼성전자가 부품사업 부문 인사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1∼3월) 반도체 사업으로만 6조3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역대 최대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DS부문 인사 역시 예년보다 큰 폭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2015년 말 발표한 삼성전자 임원 승진자는 세트와 부품을 합쳐 총 135명이었다.

삼성 그룹계열사 중 ‘맏형’인 삼성전자가 인사를 단행하면서 삼성SDS,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들의 임원 인사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다른 계열사 임원 인사도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각 계열사가 자율경영에 돌입했다지만 각 사는 그동안 인사 시기를 두고 삼성전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세트사업 부문 인사 발표가 삼성그룹 계열사 인사 발표의 신호탄이란 해석이다.

서동일 dong@donga.com·신동진 기자
#삼성전자#인사#임원#미래전략실#사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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