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6호선과 7호선은 노원구 태릉입구역에서만 환승할 수 있다. 두 노선을 오가려면 다른 노선을 거쳐 두 번 환승하거나 태릉입구역까지 가야 한다. 이처럼 옮겨 타기 불편한 지하철 노선들을 서로 연결하는 방안을 정부가 적극 검토 중이어서 도입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지하철이 1개 노선을 단순 왕복하는 현행 운행 패턴을 벗어나 다른 노선을 이어 달릴 수 있는 ‘상호 직결운행 노선’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특정 노선의 열차가 이웃한 다른 노선을 이어 달릴 수 있도록 ‘직결 노선’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하철망을 촘촘히 연결해 이용자들의 이동 시간을 줄이고 승객 편의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토부는 올 하반기(7∼12월)에 관련 사업 로드맵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수요 분석 등 사업타당성 평가에 나설 계획이다.
기술적으로 이 같은 직결운행 노선 구축이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홍성천 서현기술단 철도사업본부 상무는 “지하철 1∼4호선과 5∼8호선 간에는 신호 시스템과 선로 규격 등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다른 노선을 오가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직결운행 노선 구축의 효과가 기대되는 대표적인 곳이 8호선과 분당선(왕십리∼수원역)이 만나는 복정역이다. 한 철도설계업체 관계자는 “복정역은 각 노선 플랫폼이 1, 2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지금도 계단만 오르면 환승이 가능해 직결 노선 구축이 수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구간이 한번에 연결되면 8호선을 타고 분당선을 따라 경기 수원시까지도 갈 수 있다.
다만 다른 노선을 이어달리는 열차를 추가 편성하면 기존 노선 이용자가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다소 늘어날 수도 있다. 신규 구간 승객을 위해 기존 승객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런 점을 앞세워 직결운행 노선 구축에 신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노선들은 환승 거리를 줄이거나 이동 편의를 개선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서울시의 반응 등을 고려할 때 서울 지하철 직결운행은 기존 노선보다는 신규 노선에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신분당선 연장 구간도 도입 후보로 꼽힌다. 토목설계 업계는 올해 3단계(강남역∼신사역) 구간 공사를 시작한 신분당선이 1호선 용산역까지 연결되면 이 구간을 3호선이나 1호선이 함께 달리는 직결 구간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시도 신규 노선에 직결 노선을 도입하는 방안에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실제로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망구축계획’에 따르면 신림선(여의도∼서울대)과 난곡선(보라매공원∼난항동)이 유력한 후보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난곡선은 신림선을 타고 여의도까지 달리도록 직결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수요 예측을 통해 직결 노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손기민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서울 지하철은 굴곡 구간이 많고 단일 선로를 왕복하는 ‘독립망’ 구조라 노선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철도 선진국처럼 다양한 정차 패턴과 속도의 열차 서비스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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