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방울로 뜬 세탁기 신화, 마이크로 버블로 재현할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4일 03시 00분


이승준 동부대우전자 부사장

30년 전 국산 세탁기는 일본 신기술을 모방하기 바빴다. 1991년 대우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공기방울 세탁기’도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당시 입사 5년차 연구원이었던 이승준 동부대우전자 세탁기개발팀장(부사장·54·사진)도 그랬다. 대우는 그러나 이 제품 하나로 단숨에 세계 1위 세탁기 업체가 됐다.

이 부사장은 ‘버블’과 인연이 많다. 2006년 삼성전자로 옮겨서도 10년간 버블 세탁기 개발에 참여했다. 올해 1월 ‘친정’ 동부대우로 돌아온 뒤 처음 내놓은 제품이 하필 ‘공기방울 4D 마이크로’ 세탁기다.

동부대우가 13일 출시한 이 제품은 업계 최초로 ‘마이크로 버블’이라는 기술을 적용했다. 0.05mm 초미세 공기방울이 터지며 생기는 진동으로 세탁력을 극대화했다. 기존 세탁기 버블(2∼3mm)의 50분의 1 크기의 작은 기포들이 세제 침투력과 헹굼 효과를 높였다.

11일 경기 부평시 동부대우전자 연구소에서 만난 직원들의 표정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신기술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다.

이 기술은 석 달 전까지만 해도 성공이 요원해 보였다. 국내 경쟁사들은 비용 때문에 마이크로 버블 기술을 상용화하지 못했다. 동부대우는 낮은 비용으로 이를 실현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일정한 크기와 농도의 기포를 생성시키는 ‘양산 기술 개발’에서 실패가 반복됐다. 이 부사장은 “삼성, LG 같은 회사는 선행 연구과제 몇 개가 실패해도 타격이 크지 않지만 동부대우는 첫 타석에 홈런을 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답은 있지만 잠시 모를 뿐이다” “다시 정상에 오를 수 있다”며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북돋았다. 공기방울 세탁기 하나로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10%에서 30%로 뛰고, 드럼세탁기 본산인 유럽에서까지 전자동 세탁기 돌풍을 일으킨 과거의 영광도 “근성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주먹구구로 열던 회의도 정리했다. 개발 진척 상태, 손익계산 등 목적별로 정례화해 개인의 연구가 회사 경영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지 보여줬다. 어렵게 개발한 신기술을 쉽게 모방할 수 없도록 특허장치도 강화했다.

광주공장과 부평연구소를 오가며 변수를 줄여나간 지 한 달 만에 안정된 기포생성 인자를 찾는 데 성공했다. ‘성공’을 의미하는 숫자들이 쌓이자 지쳐 있던 연구원들도 서서히 웃음을 찾기 시작했다.

이 부사장은 세탁기는 무조건 대우부터 떠올렸던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게 목표다.

“연구원 100명 모두 같은 꿈을 꾼다면 반드시 이뤄질 겁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세탁기#이승준#동부대우전자#공기방울#마이크로 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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