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지원 없다더니…대우조선에 신규자금 2조9000억 투입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3일 11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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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에 2조9000억 원의 대규모 신규 자금이 투입된다. 2015년 10월 4조2000억 원이 투입된 지 1년 5개월 만이다. 채권자들의 손실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3조 원이 출자 전환도 동시에 진행된다. 정부가 2015년 지원 이후 “더 이상의 신규자금 지원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셈이어서 ‘말 바꾸기’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정부는 대우조선의 채권자들이 손실 분담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이라는 법적 절차에 착수해 강제 채무조정에 착수하기로 했다. 또 2018년경 대우조선이 정상화되면 매각을 추진해 현재 조선업계를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빅 3’ 체제에서 ‘빅 2’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KDB산업은행 등 대우조선 채권단은 23일 대우조선에 2조90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하고, 3조 원의 출자 전환을 단행하는 내용의 ‘조건부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국책은행, 시중은행,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을 보유한 사채권자, 대우조선 노조 등 대우조선의 이해관계자들이 손실을 분담하는 데 합의하면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이 각각 1조4500억 원씩 신규 자금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국책은행은 보유한 무담보 채권의 100%, 시중은행 80%, 사채권자 50% 등 총 2조9000억~3조 원의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삼정회계법인 실사 결과 이 계획이 모두 성공하면 대우조선은 2021년까지 최대 부족액 5조1000억 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만약 이들 중 한 곳이라도 손실 분담을 거부하면 대우조선은 P플랜 1호 기업이 될 전망이다. P플랜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합친 구조조정 모델로, 단기간의 법정관리를 통해 채무를 강제 조정한 뒤 워크아웃을 통해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 상태로 돌려놓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경우 선주들과 맺은 계약이 무더기로 취소될 수 있어 대우조선이 더욱 경영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채권단은 선주에게 발급해준 선수금환급보증(RG)을 대거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금융권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되면 7조 원가량의 RG를 보유하고 있는 수은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이밖에 채권자들은 90% 이상의 강제 출자 전환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1년 5개월 만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게 된 것은 2015년 10월 당시 시장을 지나치게 낙관한 탓이 크다. 당시 삼정회계법인은 2016년 대우조선의 수주량을 115억 달러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수주액은 15억4000만 달러에 그쳤다. 여기에 앙골라 소난골 드릴십 인도 지연 사태와 안진회계법인의 분식회계까지 덮쳤다. 이로 인해 대우조선은 지난해 2조70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또 지난해 11월 산은과 수은이 2조800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은 2732%로 치솟았다. 이후 금융당국은 올해 1월 실사에 돌입했고, 2021년까지 5조1000억 원이 부족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채권단이 마련한 조건부 정상화 방안이 시행되기 위한 열쇠는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이 어느 정도 정상화 방안에 합의한 만큼 사채권자 손실 분담 여부에 따라 대우조선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남은 총 1조3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중에서는 65~70%를 기관이 보유하고, 특히 이 중 상당 부분을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결국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는지 여부에 따라 대우조선의 운명이 갈릴 수 있다.

금융당국이 2018년경 대우조선을 ‘통매각’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조선업계에 미치는 파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지난해 발표한 자구안대로 대우조선에서 방산 부문을 분리하면 특수선 분야는 현대중공업, 천연액화가스(LNG)선 분야는 삼성중공업이 가져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통매각 카드를 꺼내면서 매각 결과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가 새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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