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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美日 “2020년 완전자율차” vs 韓 “법 묶여 주행데이터 활용도 못해”

입력 2017-03-16 03:00업데이트 2017-04-1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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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길을 묻다]<1> 한국 4차 산업혁명 현주소 ― 규제에 날개꺾인 新산업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술 가운데 가장 파괴적이고 혁신적 기술로 여겨지는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위해 각국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장 앞서 있는 미국은 2013년 백악관을 중심으로 ‘브레인 이니셔티브’ 정책을 수립하고 여러 대학 및 기업과 협업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에 비해 늦었다고 자평하면서 지난해부터 바짝 추격 중이다. 지난해 4월 총리실 산하에 인공지능기술전략회의라는 AI 정책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10년간 1000억 엔(약 1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 일본 대비 기술력 격차가 크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강력한 지원 정책과 넓은 인재풀을 앞세워 AI 선도 국가들을 무섭게 따라잡고 있다. 중국은 3년 내 AI 응용기술 분야에서 1000억 위안(약 16조 원)의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도 지난해 9월 미래창조과학부에 범정부 차원의 지능정보사회추진단을 만들어 중장기 대책을 수립 발표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대통령 탄핵 사태가 이어지면서 AI 개발 정책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의 총체적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고 진두지휘할 정부 조직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 얼마 안 남아

많은 전문가가 지금부터 3년을 골든타임으로 보는 이유는 2020년이면 AI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상당수 완성차 업체는 2020년에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자체에 지능이 탑재되기도 하지만 사물인터넷(IoT)이나 5G(5세대)를 통해 중앙 네트워크에 연결된다. 자율주행차가 시장에 판매되어 운행한다는 것은 자동차와 통신네트워크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완전히 연결돼 구동된다는 의미다. 미래부 고위관계자는 “2020년에 가서 AI 플랫폼이나 솔루션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은 윈도 운영체제(OS)가 세계시장을 다 잠식한 상태에서 우리도 독자 OS를 만들겠다고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4차 산업혁명 산업생태계가 선·후발 주자 간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구조라는 점도 앞으로 3년의 골든타임이 중요한 이유다. 플랫폼 사업 특성상 일찍 시장에 뛰어들어 많은 데이터를 수집 및 축적한 기업이 낮은 비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의 이익을 독식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영업이익이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늘어난 것도 승자독식 경제구조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애플은 2013년 스마트폰 시장에서 62%였던 영업이익 비중이 2014년 78%, 2015년 88%로 급증했다. 애플은 막강한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해 자율주행자동차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이미 전 세계 시가총액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미국의 ICT 기업으로 플랫폼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 규제 완화와 새로운 시도로 격차 줄여야

이미 주도권을 뺏겼다고 보는 비관적 시각도 있지만 지금부터 정부 차원의 총체적 계획을 세워 민간 기업들과 협력해 대응하면 현재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전문가들은 작년 하반기(7∼12월)부터 사실상 마비된 국회를 빨리 정상화해 계류된 4차 산업혁명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국회에는 자율주행차, IoT 관련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1년 넘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이 묶여 있으면서 국내에서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자율주행차 데이터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원격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6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고 국가정보화기본법,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빅데이터 이용 및 산업진흥법도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우리는 빅데이터, 핀테크, 드론, 자율주행차, 원격진료 등 어느 하나 규제의 덫에서 자유로운 게 없어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노력 외에 민간 차원에서 대기업들이 자체적인 혁신 역량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원식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는 “기업들도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이론 공부는 끝내고 이제는 실제 돈으로 연결되는 실체를 찾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머신러닝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존 사업에 적용해 품질 원가 납기 경쟁력을 강화하고 IoT를 제품에 접목시켜 예측정비 같은 서비스를 통해 추가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별 기업이 하기 힘든 원천기술 연구는 정부가 나서서 뒷받침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주요 기업과 협의해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을 설립했지만 성과가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화두는 융합으로 차기 정부에서 부처 간 협업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 조직이 갖춰지지 않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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