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넘어 KT회장 연임 성공
대규모 구조조정-기가 인터넷 주도… 빠른 실적개선에 신용등급도 올라
AI 등 신성장동력 확보 주력할듯… 독립적인 기업지배구조 구축해야
황창규 KT 회장(64·사진)의 연임이 26일 사실상 확정됐다.
KT의 CEO추천위원회는 26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황 회장에 대한 면접 심사를 진행한 뒤 위원 8명 만장일치로 황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이사회에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황 회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정식으로 재선임되면 2020년 3월까지 3년간 KT를 다시 이끌게 된다. 2014년 1월 27일 회장으로 취임한 황 회장은 난맥에 빠진 KT를 잘 추슬러 위기에서 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날 CEO추천위원회의 결정을 듣고 나서야 최근 인사에서 상무보로 승진한 45명에게 사령장을 수여했다. 신임 상무보들에게는 “주력 임원이 된 만큼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 연임 원동력은 경영 성과
황 회장이 취임한 2014년의 KT는 KTF와의 합병 5년째로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던 시기였다. 통신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해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4000억 원대 적자를 낸 해였다.
삼성전자 사장을 거쳐 KT의 수장(首長)에 오른 황 회장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업 내실화를 동시에 추진해 나갔다. 취임 첫해인 2014년 KT는 8300명이 넘는 인력을 감축했다. KT렌탈, KT캐피탈 등 차입금이 비교적 많았던 계열사들은 매각했다. 56개에 이르던 계열사는 현재 41개로 줄었다.
구조조정과 함께 그가 제시한 비전은 ‘기가 인터넷’이다.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3년간 4조5000억 원을 투입해 기존 인터넷보다 10배 빠른 기가 인터넷을 선보이겠다’고 천명했다. 그로부터 5개월 후 KT는 국내 최초로 기가 인터넷 전국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고 현재 가입자는 250만 명이 넘는다.
대규모 구조조정 및 기가 인터넷과 인터넷TV(IPTV)의 사업 호조로 실적은 빠르게 개선됐다. 2015년 KT는 3년 만에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했다. 지난해 1∼3분기(1∼9월) 누적 영업이익은 1조2137억 원으로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을 달성했다.
실적 하락과 차입금 증가로 하향 조정되었던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도 최근 모두 ‘A레벨’로 돌아왔다. 한때 186%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은 지난 3분기(7∼9월) 말 130%대로 떨어졌다.
○ 미래 먹거리 발굴·투명성 강화가 과제
3년간 KT를 더 이끌고 갈 황 회장은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스마트 에너지, 보안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들은 정체기에 들어간 통신 서비스를 대체할 새로운 사업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기가 인터넷과 5G 이동통신이라는 인프라를 갖춘 KT는 유·무선 네트워크를 확산시킨 뒤 이를 기반으로 미디어와 콘텐츠, 플랫폼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3년 전 취임과 함께 미래융합사업추진실을 만든 그는 최근에는 AI테크센터라는 AI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연임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최순실 게이트’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도 남은 임기 동안의 주요 과제다.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고 공언해온 황 회장은 청와대의 청탁을 받고 차은택 씨의 측근을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채용한 사실이 드러나 회사 안팎에서 비판을 받았다. 검찰 조사에서는 KT가 최 씨가 실소유한 회사에 68억 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준 것도 확인됐다. 이런 이유로 KT 새 노조와 일부 야권 의원은 황 회장의 연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추천위원회는 지난 3년간 황 회장의 경영 성과가 뛰어나고 정권 교체기에 마땅한 후임자를 찾는 것도 힘들다는 점에서 황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낙점했다. CEO추천위원회는 26일 “황 회장에게 향후 과감한 신성장 사업 추진과 투명하고 독립적인 기업지배구조 구축을 특별히 요구했다”고 밝혔다. 2기 임기 동안에는 투명성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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