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위한 21조 투자” 최태원의 공격경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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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3대 계열사 창사이래 최대 규모

 《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11일 2019년까지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및 기반시설에 총 1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최대 7조 원 규모의 올해 투자 계획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시에 최첨단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공장 건설도 계획 중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새해 첫날 총 3조 원 규모의 올해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이들 계열사의 투자 규모만 총 21조 원이다. 저성장과 고용한파가 닥친 재계 안팎에서는 SK그룹의 공격경영이 다른 기업들의 투자 의욕도 되살리는 불씨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

SK하이닉스가 올해 7조 원 안팎을 투자한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1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투자 계획을 이달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5세대(5G) 통신에 3년간 6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던 SK텔레콤은 이날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등 ‘뉴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조성에 추가로 5조 원을 신규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달 초 3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SK이노베이션까지 합하면 SK그룹 3대 주력 계열사가 결정한 투자 규모는 약 21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3월 SK㈜ 대표이사에 오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 확장 전략에 나섰음을 의미한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12월 21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대거 교체한 것도 이 같은 전략 수정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3위’인 SK그룹의 통 큰 투자 행보는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위축된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 투자 없으면 성장도 없다

 SK그룹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21일 조대식 신임 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 의장을 따로 만나 “각 계열사 CEO에게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 활동을 주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도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발표한 직후였다. 최 회장은 또 SK그룹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와 채용’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감 있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뜻이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이후부터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5년과 지난해 6조 원 수준의 투자를 진행했다. 올해 투자액을 지난해보다 약 1조 원 늘려 잡은 데는 반도체 시장의 호황 전망과 최 회장의 투자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투자 발표도 전격적이었다.

 뉴 ICT 부문에만 3년간 5조 원을 투자한다는 데 대해 SK텔레콤 내부에서는 ‘다소 과한 목표’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미국에 완전히 뺏긴 ICT 패권을 우리가 일부라도 되찾아야 하는 시점”이라며 투자 계획 강행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이르면 이달 중으로 그룹 차원의 총 투자 규모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SKT “4차 산업혁명 선도” 선언

 SK텔레콤 5G 통신 등 미래형 네트워크 확장에 3년간 6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상태다. 여기에 뉴 ICT 부문에 5조 원을 더 쏟아붓기로 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과 함께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연결형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빅데이터,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차세대 기술들도 투자 대상이 된다. 모두 산업 간 융합·파급 효과가 큰 차세대 기술 분야다.

 SK텔레콤의 선제적 투자는 4차 산업혁명의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생태계를 양분한 애플(iOS), 구글(안드로이드)처럼 4차 산업혁명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SK텔레콤은 이번 투자로 전후방 연관산업들이 새로 성장해 약 9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6만여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또 삼성전자와는 커넥티드카와 AI 분야에서, 세계적 반도체업체 ‘엔비디아(NVIDIA)’와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각각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인텔과도 미래형 네트워크와 IoT, 빅데이터 분야의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특검 조사와 탄핵 정국 속에서 많은 기업들이 경영 계획마저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의 공격적인 투자가 다른 그룹으로도 확산하길 기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투자를 해야 최악의 고용 절벽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dong@donga.com·김성규 기자
#최태원#공격경영#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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