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자동차 대출 쓰실 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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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새 먹거리 찾아 영토 확장… 영업점 방문 안하고 모바일로 대출
제2금융권보다 싼 금리로 어필
중고차시장으로 전선 확대돼

 “은행에서도 저금리로 자동차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요?”

 자동차를 구입하려던 직장인 김모 씨(33)는 직장 상사에게 ‘시중은행이 자동차 대출도 해준다’는 ‘꿀팁’을 얻었다. 은행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면 은행 점포에 가지 않고도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솔깃해졌다.

 김 씨는 다음 날 자동차 대리점을 찾아 시중은행 모바일 앱으로 1500만 원을 대출받아 자동차를 구입했다. 금리도 연 3.3%로 캐피털업체들보다 저렴했다. 그는 “목돈을 마련하지 않고 차를 빨리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자동차 대출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낮은 금리를 앞세운 모바일 자동차 대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자동차 대출의 기존 강자인 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도 은행들의 도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3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이 은행이 선보인 은행권 최초의 모바일 전용 자동차 대출 상품인 써니 마이카 대출이 7개월 만에 취급 건수 1만 건(금액 기준 2200억 원)을 넘었다. 신한은행과 처음 거래하는 고객도 타행인증서만 갖고 있으면 3.32∼4.41% 금리(3일 현재)로 앱을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신한은행이 성과를 거두자 다른 은행도 모바일 자동차 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말 영업점 방문 없이 자동차 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KB모바일 매직카 대출’을 선보였다. 국민은행 앱에서 대출을 신청하고 KB매직카 전담센터를 통해 자동차 구입 관련 서류(자동차매매계약서 등)를 제출하면 최대 7000만 원(대출 기간 5년)까지 빌릴 수 있는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대출 금리는 신차 구입 자금 기준으로 최저 연 3.5%를 제시했다.

 우리은행(위비 모바일 오토론)과 NH농협은행(NH간편오토론)도 비슷한 상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KEB하나은행도 기존의 자동차 대출 상품(1Q 오토론)을 모바일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한 상품을 올해 1분기(1∼3월)에 내놓을 계획이다.

 은행들은 특히 중고차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정부의 중고차 시장 선진화 정책으로 중고차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는 중고차의 평균 시세를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허위·미끼 매물로 호객행위를 하다가 2차례 적발되면 매매업자의 등록을 취소하도록 했다. 특히 올해부터 중고차를 사면 구입 금액의 1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판이 커지자 캐피털업체들은 중고차 시세 및 정보 제공과 매매를 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 등을 내놓는 등 수성(守成)에 나섰다. KB캐피탈의 중고차 거래 플랫폼(KB차차차)은 두 달 만에 홈페이지 방문자(누적) 100만 명, 앱 다운로드 20만 건을 넘어섰다.

 금융사들이 중고차 대출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대부분의 대출이 분할 상환 조건으로 제공돼 리스크 관리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캐피털사들은 자동차를 담보로 대출해줄 때 감가상각을 고려해 분할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시중 은행들도 대부분 자동차 대출은 분할 상환을 조건으로 한다. 박천정 신한은행 개인금융부 과장은 “분할 상환으로 리스크 관리가 용이하며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커 중고차 금융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은행#자동차#대출#금융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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