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發 부산항 위기, 현실화 되나… “내년 4월부터 북미-유럽 환적화물 8% 감소 전망”

  • 동아일보

해양수산개발원 보고서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체제가 내년 4월 재편되면서 부산항 환적(짐을 다른 배에 옮겨 싣는 것) 물동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부산을 거쳐 가는 항로가 줄어들면서 아시아에서 북미와 유럽으로 가는 환적 화물이 약 8.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부산항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22일 발간한 ‘해운 얼라이언스 재편으로 부산항 환적 물동량 추가 감소 우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항은 1011만 TEU(1TEU는 길이 약 6m짜리 컨테이너 1개분)의 환적 물동량을 처리했다. 이 가운데 아시아∼북미 항로가 36.6%(370만 TEU), 아시아∼유럽 항로가 6.7%(70만 TEU)를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두 노선에서만 약 35만 TEU의 환적 물동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 지중해, 남미, 오세아니아 등으로 가는 노선을 포함하면 전체의 3.5%가 줄어드는 셈이다.

 보고서는 “노선 운영 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2M+H(2M과 현대상선의 협력 네트워크)를 제외한 나머지 3개 해운동맹(G6, 오션3, CKYHE)만을 대상으로 한 전망”이라며 “물동량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환적 물동량이 줄어드는 이유는 해운동맹 재편으로 부산항을 거쳐 가는 항로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3대 해운동맹에 소속된 13개 선사는 합병과 청산, 이합집산을 통해 내년 4월부터는 9개 선사가 2개 해운동맹(오션, THE 얼라이언스)을 구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밝힌 항로 운영 계획을 보면 부산항을 거쳐 가는 항로가 북미 서안, 북미 동안, 유럽 노선에서 1개씩 줄어든다. 항로마다 1년에 8만∼14만 TEU의 환적 물동량이 발생한다.

 3대 북중국 항만(다롄, 칭다오, 톈진)으로 바로 가는 ‘직기항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부산항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부산항에서 환적된 화물 중 중국으로 가는 비중이 가장 큰데, 그중에서도 3대 북중국 항만으로 가는 것이 66.4%를 차지한다. 해운동맹이 재편되면서 이곳으로 바로 가는 노선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부산항에서 굳이 환적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근섭 KMI 항만정책연구실장은 “부산항에서 한 번 이탈한 환적 물동량을 다시 유치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부산항이 세계 6위 항만으로 발돋움한 것은 전체 물동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환적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환적만 따지면 부산항은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세계 3위다. 지난해 처음으로 ‘환적 1000만 TEU 시대’를 연 부산항이 규모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환적 물동량을 새로 유치하기 위한 전략 수립이 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보고서는 “선대교체(Phase in & out·배를 빌린 기간이 만료되거나 혹은 기항지 조정, 수리 등을 위해 싣고 있던 짐을 모두 내리는 것) 물동량을 확보하고, 부산항을 환적 거점으로 적극 활용하는 선사와 그렇지 않은 선사를 전략적으로 구분해 ‘환적 인센티브 제도’를 차등 적용하는 등의 방안이 있다”며 “환적 운영 여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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