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트럼프’ 변수에… 재계, 쇄신형 연말인사 주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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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예정대로 인사 진행하지만 미래전략실 개편은 미룰 가능성
현대車-LG-SK 인사폭 작고 롯데는 경영정상화에 초점 맞출듯

  ‘최순실 게이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라는 변수를 만난 재계의 정기 연말인사 풍향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당초 대대적인 세대교체 및 조직 쇄신을 예고했던 기업들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잇달아 등장함에 따라 주춤하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기업이 실적이 좋지 못했던 탓에 승진 인사 폭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쇄신은 잠시 ‘숨 고르기’

 삼성그룹은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사장단 및 임원의 정기인사를 위한 준비를 그대로 진행 중이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을 계기로 계획해 온 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소속 인사들의 계열사 재배치 및 이사회 중심 인사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국내외적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우리까지 시끄럽게 할 것 없지 않느냐는 분위기로 기조가 바뀌었다”라고 전했다. 특히 미르재단 등에 대한 자금 출연과 승마 훈련비 지원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수사 대상인 고위 임원들에 대한 인사도 일단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재용 세대’ 등장을 알리는 대대적인 쇄신은 당장 어렵지만 삼성전자 사업부 인사는 이 부회장이 본격 진두지휘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 여파로 하반기(7∼12월)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통상 12월 하순 인사를 단행하는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자동차 판매 부진 여파로 올해 승진 인사 폭을 대폭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北京)현대기차 총경리에 장원신 부사장을 임명한 데 이어 국내영업본부장도 이광국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현대·기아차 연간 판매량이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한 상황에서 연말 인사에서 승진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 ‘조직 안정’ 강조

 매년 11월 말 재계 인사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LG그룹은 올해도 이달 30일 전후로 정기인사와 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해 구본준 부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이동하고 LG전자 각자 대표 체제를 완성하는 등 핵심 계열사 중심으로 대규모 인적 쇄신을 진행했기 때문에 올해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구본무 회장에게 올 한 해 사업 성과 및 내년 사업 계획을 보고하는 업적보고회를 최근 모두 마쳤다. LG그룹은 이 보고회 결과를 반영해 최종 인사안을 확정한다. 올해 LG그룹 내 최대 관심거리는 올 한 해 좋은 실적을 낸 LG전자 조성진 H&A사업본부장(사장), 권봉석 HE사업본부장(부사장)의 승진 여부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 및 검찰 수사로 어수선한 한 해를 보낸 롯데그룹은 ‘경영 정상화’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컨트롤타워는 축소 개편하되 계열사는 안정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그룹 2인자이던 고 이인원 부회장의 부재 속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밝힌 ‘뉴롯데’의 그림이 이번 인사에서 드러날 것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반면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 수사는 끝났지만 주요 계열사 대표 및 임원 24명이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 중순 인사를 앞둔 SK그룹 역시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 고위 관계자는 “현재 그룹이 안정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연말 인사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13일 기업분석연구소인 ‘한국2만기업연구소’는 2017년 재계 인사 키워드로 ‘위기(CRISIS)’를 꼽았다. CRISIS는 △Culture(조직 문화 혁신) △Reprimand(문책성 인사 단행) △International(해외 유학파 다수 등용) △Slim(조직 슬림화) △Issue Leader(이슈 리더 발탁) △Sixty Power(1960년대생 전성시대) 앞 글자를 조합한 것이다. 1960년대생 젊은 임원들이 전면에 나서고, 품질 사고 등으로 인한 문책성 인사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김지현 jhk85@donga.com·김창덕·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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