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육계병아리-종란으로 연매출 250억… ‘대박 기업농’ 꿈 영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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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회사법인 ㈜보금

연간 6000만 마리 공급… 국내 닭수요의 10%
‘2016 국가생산성대상’ 산업부 장관상 받아


제40회 국가생산성대상 강소기업 부문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수상. 농업회사법인 ㈜보금 제공
제40회 국가생산성대상 강소기업 부문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수상. 농업회사법인 ㈜보금 제공
 불황에 더 바쁜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 자신이 잔뼈가 굵어 온 분야에서 창의성을 더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꾸려 가는 CEO들이다. 이들은 잘할 수 있는 한 가지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맡은 분야에서 시장을 호령한다. 닭 관련 ‘1차 산업’인 양계사업으로 연 매출 250억 원 이상을 올리는 농업회사법인 ㈜보금의 인유섬 대표가 그렇다.

 양계·축산·농업 등 1차산업은 2차(제조업), 3차(서비스업) 산업의 근간이자 먹을거리 생산의 최전선이다. 단순한 농업이 아닌 농산업에 대한 연구개발을 곳곳에서 멈추지 않는 이유다. 인 대표는 1차산업의 미래를 보고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 나선 성공 농업인이다. 여름 특수가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금 부화장에서 부화 작업을 하는 모습. 농업회사법인 ㈜보금 제공
보금 부화장에서 부화 작업을 하는 모습. 농업회사법인 ㈜보금 제공
 보금은 육계 병아리와 종란을 전문 생산하는 종계(번식을 위한 씨닭) 아웃소싱 1위 기업이다. 닭의 보금자리에서 따온 이름인 ‘보금’은 닭 생산 기업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진다. 보금은 충남 보령시 청라면의 한 산기슭 아래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약 2만2000평의 직영 농장 및 계약 농장에서는 연간 병아리 약 6000 마리가 생산된다. 국내 닭 수요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수치다. 누구나 즐겨 먹는 치킨 산업의 1차 생산자인 셈이다.

 30곳의 거대한 축사에서는 사료부터 사육 환경까지 가장 이상적인 관리 방식으로 닭을 키워 낸다. 병아리가 성계가 되기까지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30억 원 이상을 시설에 투자했다. 닭에게 주는 사료는 천연 항균물질인 피톤치드를 함유하고 있는 편백나무 추출물을 배합해 만든다. 질병에 강한 튼튼한 닭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보금은 30여 곳의 계약농가로부터 공급받은 알을 최신 위생 시설에서 부화시켜 거래처에 납품한다. 국내 닭 가공업체 1위인 하림과 계열사인 올품이 주요 거래처다. 이 회사는 계약 농가에 시설비와 생활비 일체를 지원한다. 농가의 수익 창출에 기여하며 국가 경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2014년에는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육계 병아리와 종란의 연구개발 및 품질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벤처기업 등록, 이노비즈 인증을 비롯해 특허도 3건을 취득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보금은 9월 29일 ‘제40회 국가생산성대상’ 강소기업 부문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생산성본부가 주관하는 국가생산성대상은 경영 혁신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기업과 단체, 유공자 등에게 포상하는 제도로, 올해는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보금직영농장에서 사육 중인 병아리. 농업회사법인 ㈜보금 제공
보금직영농장에서 사육 중인 병아리. 농업회사법인 ㈜보금 제공


바이오·제약 진출 청사진… 5년 내 2000억 목표

 인 대표의 다음 목표는 1차산업의 최종 진화단계인 ‘바이오·제약 산업 진출’이다. 현재는 병아리와 종란을 팔아 힘을 축적하는 단계인데, 앞으로는 달걀 등을 이용한 기능성 제품을 개발해 2차, 3차 산업으로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다음 도전이 성공하면 바이오·제약사와 정면 승부하는 국내 최초의 농업회사 법인 출신 기업이 등장하게 된다. 이를 위해 현재 공주대 동물자원학과와 바이오산업 진출을 위한 세부사안을 논의하고 있다. 우선 ‘소란을 이용한 영양분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아울러 5년 내에 2000억 원 매출, 육계 병아리 1억5000만 마리를 생산한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또 태국의 대기업과 1차산업 먹을거리인 김을 수출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김을 수출할 계획이다.

인유섬 대표
인유섬 대표


‘멀리 있지 않은 인문경영법‘ 출간

 이처럼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인 대표는 최근 자신의 성공 전략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멀리 있지 않은 인문경영법’이라는 그의 저서를 통해서다. 이 책은 가진 것이라곤 무모한 열정과 끈기밖에 없었던 청년이 ‘노가다’로 불리는 건설노동자와 아르바이트, 대기업 하청업체를 두루 거쳐 국내 최대의 종계 농장을 키워 내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자서전이자 회사의 역사서다. 파란만장한 실패와 성공 드라마를 담았다. 그는 책에서 “살아 가면서 자신에게 잘 맞는 자기장을 찾고 멈춤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또 ‘대한민국에서 사장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오늘의 실천과 계획이 부를 결정하는 열쇠’라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다. 경영인이나 정치인의 회고록에서 흔하게 들어온 말이지만,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의 진솔한 실패와 성공의 경험담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연구개발과 시설, 인재에 투자한 것도 그가 밝힌 성공 비결이다. 보금은 이달 중순 보다 나은 환경의 신사옥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신사옥에는 직원 복지를 위해 스크린골프장과 탁구장 등 운동 시설 및 숙소가 마련될 예정이다. 현재 고려대와 공주대에 출강하는 인 대표는 책이 출간되면서 밀려 드는 강의 요청에 요즘 더 바빠졌다.




“농가와 현실적인 상생 모델 필요”

 인 대표는 1차산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1차산업은 외국 축산물과 경쟁해야 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진 소비자들의 다양한 트렌드에도 맞춰야 합니다. 생산 과정의 차별화부터 소득이 달라지는 상황에 직면한 거죠. 이를 극복하는 길은 1차산업에 대한 능동적인 이해와 참여뿐입니다.” 그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1차산업 지원 정책부터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1차산업 육성책이 대부분 농가에만 집중되고 있어 기업농은 수혜를 볼 수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끊임없이 활로를 찾아야 하는 일은 농가뿐 아니라 기업농이라고 해서 소홀히 할 수 없는 백년대계인데, 아직까지 특별한 지원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정부는 농가에만 신경 쓸 뿐이죠. 한국에서 기업농이 설 땅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1차산업 육성책은 농가와 기업농이 바람직하게 ‘상생’하는 것이다. 농업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갈수록 오그라들고 있는 1차산업의 돌파구를 우선 기업농 지원을 통해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농을 배제한 채 영세한 농민들만 지원하면 경쟁력이 생길 리가 만무합니다. 1차산업의 6차산업화를 위해서는 우선 기업농 지원을 통해 고용창출을 늘리고, 생산성과 농가 수익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것이 거시적으로 농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일이죠.”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며 근근이 버티는 농가만 지원하기보다는, 현장을 잘 아는 기업농을 우선 육성하고 2차적으로 농가에 맞는 지원을 하는 것이 1차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보금#육계병아리#종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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