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면 보험료 5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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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자보험 가입시 유의할 점

 40대 회사원 A 씨는 5년 전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이후 식이요법과 꾸준한 운동을 통해 한 달에 한 번 통원치료를 받는 정도로 증상이 개선됐다. 어느 날 TV에서 질병이 있어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 광고를 보고 가입을 고민하고 있다. 자녀들을 위한 사망보험금은 받을 수 있지만 보험료가 비싸고 갱신하면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A 씨처럼 과거 질병을 앓았거나 수술, 입원 등 진료 경험이 있는 ‘유병자’들에게 보험 가입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일반 보험상품보다 많게는 5배까지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하는 데다 어떤 상품이 유리한지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1일 금융소비자를 위한 실용 금융정보를 담은 ‘금융꿀팁 200선’의 16번째로 ‘유병자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과 유의사항’을 소개했다.

○ 과거 병력 있다면 간편심사보험

 금감원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보험회사 32곳에서 유병자보험 상품 52개를 팔고 있다.

 유병자가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은 크게 △간편심사보험 △고혈압·당뇨병 특화보험 △무심사보험 등 3종류로 나뉜다. 간편심사보험은 최근 2년 이내(암은 5년 이내) 입원이나 수술 이력이 없는 유병자가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다. ‘○○ 간편 가입 건강보험’ 같은 상품명을 쓰는 보험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반 보험상품에 가입하려면 보통 질병 등과 관련해 18개 항목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간편심사보험은 최근 2년 이내 입원(또는 수술) 여부, 최근 5년 이내 암 진단 및 암으로 입원(또는 수술) 여부 등 6개 항목만 통과하면 가입할 수 있다. 질병 종류와 관계없이 ‘수술 1회당 30만 원’ ‘입원 1일당 3만 원’ 등의 의료비를 보장하는 식이다. 일부 상품은 암이나 뇌출혈 진단비용도 보장해준다.

 현재 약을 먹고 있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 보유자나 심근경색증, 뇌중풍(뇌졸중) 등으로 오래전에 수술 및 입원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간편심사보험 가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고혈압·당뇨병 특화보험은 관련 질병을 앓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실버암보험’이나 ‘△△ 3대 질병보장보험’ 등의 명칭으로 판매된다. 특정 질병만 보장하는 상품이어서 일반 보험과 비교해 약 10% 정도 보험료가 비싸다. 만약 고혈압이나 당뇨병 유병자 전용 보험에 가입한 뒤 관련 질병이 완치됐다는 걸 증명하면 보험료가 싼 일반 상품으로 변경할 수 있다.

○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대신 보험료 비싸

 무심사보험은 최근 TV 광고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상품이다. ‘무(無)심사’나 ‘무사통과’ ‘바로 가입’이라는 표현이 상품명에 들어 있다. 이 상품은 계약 전에 모든 질병과 치료 기록을 보험사에 알릴 필요가 없다. 건강검진 절차도 생략돼 유병자가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단, 무심사보험은 보험기간 중 사망했을 때만 보험금을 지급한다. 사망보험금은 통상 1000만∼3000만 원으로 일반 상품(1억∼10억 원)보다 적은 편이다. 보험료도 일반 보험의 5배 수준으로 비싸 건강한 사람이 굳이 가입할 필요는 없다.

 유병자보험은 5∼10년 단위로 갱신 시 보험료가 인상되기도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건강한 사람이 유병자보험에 가입하면 불필요하게 비싼 보험료만 낼 수 있다”며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일반보험과 유병자용 보험의 보장 내용 및 보험료를 비교한 후 가입해 달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보험료#간편심사보험#유병자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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