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채권단 “잠수함 전투함 발주로 수주 숨통 틔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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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방산물량 적극 요청키로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 회생을 위해 잠수함 전투함 등 군함 발주를 정부에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업 불황에 따른 ‘수주 절벽’을 극복하기 위해 과거 일본과 영국 사례처럼 군함 발주를 더 늘려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공식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정부는 또 보트 요트 등 레저용 선박 규제를 풀어 수주 절벽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조선사를 살리는 ‘이탈리아식 모델’을 추진하기로 했다.

○ 군함 발주 등 영국 일본 모델 추진

 대우조선 채권단 관계자는 20일 “세계적으로 조선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만으로는 대우조선 회생에 한계가 있다”며 “일감을 늘릴 수 있게 잠수함 전투함 등을 발주해줄 것을 국방부 등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올해 최소 35억 달러의 수주를 목표로 했지만 현재 13억 달러를 따내는 데 그쳤다. 이런 추세라면 2018년 상반기(1∼6월) 수주 잔량의 대부분이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라크슨리서치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선박 발주량은 586척이며 내년도 790척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선박 발주량이 2018년(1322척) 회복세로 돌아서 2019년은 돼야 지난해 수준(1616척)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클라크슨리서치는 “일본은 3.2년 치 일감을 보유했지만 한국은 1.8년 치만 남았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대우조선의 독자 회생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대우조선이 정리되면 협력사를 포함해 4만 명이 실직하고 금융권이 지고 있는 수조 원의 채무 등을 포함해 60조 원에 가까운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군함 발주를 늘려준다면 앞으로 2년간의 수주 절벽을 견디며 독자 회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일본의 경우 1, 2차 석유파동이 닥친 1970, 80년대 순시함 발주 등을 했고 영국도 1980, 90년대 조선업의 부진이 지속될 때 군함 발주를 통해 충격을 완화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일본과 영국처럼 우리도 자국 발주를 통해 조선업계에 최소한의 먹거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잠수함 전투함 등을 생산하는 대우조선 특수선사업부는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 기술력을 이용한 원자력잠수함 건조 추진 및 예산 반영을 검토해 달라”고 제안했다. 국방부 측은 “다양한 방안을 두고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정부 ‘이탈리아식 모델’ 추진

 정부는 이탈리아 사례를 참고해 중소 조선소의 회생을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선다. 2000년대 초반 레저용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제조에 집중 투자해 조선업 위기를 극복한 이탈리아 모델을 참고한 것이다. 레저 선박 제조 세계 2위인 이탈리아의 대형요트 시장 점유율은 45%에 이른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날 경기 화성시 전곡마리나항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8차 규제개혁 현장점검회의’를 열고 레저 선박에 관한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내용이 담긴 ‘해양레저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핵심은 레저 선박의 지방세 중과 부과기준을 1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렇게 되면 1억 원 상당인 레저 선박의 취득세 납부세액이 10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줄어든다. 매년 내는 재산세도 50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감소한다. 세금이 무거워 외국에서 중고 선박을 수입하던 수요가 국내 생산으로 대체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세금 부담을 덜어낸 사업자들이 신규 발주를 늘릴 경우 연간 2000척의 신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중소 조선사가 이 물량의 10%가량을 수주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이 향상되면 수주 물량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은 이날 대우조선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대우조선 분식회계 수사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자 세무당국이 세무조사에 착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창규 kyu@donga.com / 세종=손영일 / 강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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