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수주급감에도 올해 6번째 파업… 구조조정 퇴직은 83%가 비노조 사무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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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근속 사무직 11년, 생산직 20년… 노조, 성과연봉제-무급휴직 반발
“빨간 머리띠 1시간만 풀어달라” 해외고객 방문때 使측 요청 거부도

 현대중공업 사무직 근로자의 ‘허리’가 사라지고 있다. 노동조합의 반발로 비노조원인 사무직 위주로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사무직과 생산직의 평균 근속연수 격차도 1년 사이 크게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 들어 여섯 번째 파업에 돌입했다.

 13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세 번의 희망퇴직으로 30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감축 이전 인원은 2만9000여 명이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생산직은 500명에 그쳤다. 나머지 2500여 명은 사무직 근로자다. 노조원인 생산직을 포함한 희망퇴직은 가장 최근인 7월 단 한 차례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사무직 과장급 이상 직원들이 희망퇴직 대상이었고, 올해 5월은 사무직 과장급 이상과 근속 20년이 넘은 기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했다. 기장급은 생산직이지만 노조 소속은 아니다.

 이 때문에 9월 기준 사무직의 평균 근속연수는 11년, 생산직의 평균 근속연수는 20년가량이 됐다. 인력 구조조정 시행 전인 2014년 사무직의 평균 근속연수는 14년, 생산직의 평균 근속연수는 21년 수준이다. 수주 일감이 떨어지면 생산직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데 비노조원인 사무직 위주로만 퇴직자가 대거 나오면서 사무직과 생산직의 근속연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울산조선소에서 근무하는 한 사무직 직원은 “인력구조상 허리에 해당하는 젊은 사무직 인력들이 빠져나가면서 업무 공백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내년 도입을 검토 중인 무급 휴직제도 역시 사무직에게만 해당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부터 시행된 현대삼호중공업의 무급 휴직도 사무직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 반발이 커 생산직은 무급 휴직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조는 13일 전 조합원 1만7000여 명에게 13, 14일 이틀간 7시간 파업 지침을 내리며 파업 수위를 높였다. 임단협을 시작한 5월 이후 노조가 전 조합원에게 파업 지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노조는 10일부터 작업 부문별로 릴레이 파업을 벌여 왔다.

 노조는 임금 9만6712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요구하는 한편 분사 계획이 포함된 구조조정안에도 반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금까지 43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에 악영향을 끼치는 노조의 태도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발주 가능성이 있는 인도네시아 국가에너지위원회(NEC)가 울산 조선소를 방문하기 하루 전 사측이 “공장을 방문하는 한 시간 동안만 빨간 머리띠를 풀어 달라”고 노조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인도네시아 NEC는 과거 200억 원 규모의 발전기 프로젝트 등을 현대중공업에 맡긴 고객사다. 아직 추후 발주는 결정되지 않았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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