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기업사냥 1호는 ‘검색광고’

  • 동아일보

취임 2년8개월만에 첫 M&A

 
황창규 KT 회장(사진)이 취임 2년 8개월 만에 첫 ‘기업 사냥’에 나섰다. 첫 대상은 뜻밖에도 검색광고 대행사다. 황 회장은 일주일 전인 20일(현지 시간) 미국 하버드대 특강에서 통신사가 네트워크망만 제공하는 ‘덤 파이프(Dumb pipe)’로 전락하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밝혔다. 이번 인수합병(M&A)은 KT가 향후 통합 미디어·콘텐츠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초석으로 보인다. 아울러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황 회장이 첫 M&A로 사업 구도 재편에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임에 따라 연임에도 적극 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네이버·구글 검색광고 담당 1위 대행사 인수

 KT와 KT그룹 자회사인 나스미디어는 국내 1위 검색광고 대행사인 엔서치마케팅을 공동으로 600억 원에 인수한다고 26일 밝혔다. 나스미디어는 온라인 노출광고 분야 1위 대행사로 2008년 KT그룹에 편입된 회사다.

 노출광고는 인터넷·모바일 홈페이지나 인터넷TV(IPTV) 등에 광고 배너나 동영상 등을 노출하는 식의 광고를 뜻한다. 검색광고는 웹 사이트에서 키워드를 검색하면 결과 상단에 링크를 띄워 주는 식으로 이뤄진다.

 엔서치마케팅은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과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의 국내 검색광고를 대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광고 수주액은 3088억 원, 영업이익은 49억 원이었다.

 KT는 이번 M&A로 자사 빅데이터 기술과 양대 대행사의 역량을 합쳐 미디어 광고 시장을 이끌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노출광고와 검색광고 외에 클릭당 과금하는 방식 등 퍼포먼스 광고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 ‘거품’ 빼고 ‘알짜’ 사냥 나서는 황 회장

 이번 M&A는 황 회장이 2014년 1월 취임한 뒤 내린 첫 인수 결단이다. 취임 직후부터 황 회장은 그룹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둬 왔다.

 지난해 6월 말 KT는 차량·장비 대여 자회사인 KT렌탈과 여신 전문 금융사 KT캐피탈의 매각을 결정했다. 당시 KT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사업자로서의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2014년 9월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던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자회사 KT클라우드웨어도 자회사 KTDS로 흡수 합병시키며 정리했다.

 황 회장은 지난해 9월 개최한 ‘통신 1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자회사 매각을 통해 미래성장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며 “내년쯤부터 결과물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1호 M&A에 이어 향후 황 회장의 기업 사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특히 KT가 자사 IPTV 서비스인 ‘올레tv’와 유선 통신 등 가구 단위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 콘텐츠 사업에 집중해온 만큼 향후 이 분야의 확대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KT는 드림웍스 등 굵직한 해외 콘텐츠 기업과 독점 계약을 맺거나 비디오 제작 플랫폼 ‘두비두’와 웹툰·웹소설 등 통합 콘텐츠 플랫폼인 ‘케이툰’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미디어·콘텐츠 시장에 통신사가 손을 뻗는 사례는 세계적인 추세다. 성장 포화 단계에 이른 통신사들이 기존에 갖고 있는 통신 플랫폼 인프라를 기반으로 장기적인 수익 사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7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가 결국 불발됐음에도 불구하고 LG유플러스 등 경쟁 사업자들의 케이블TV 인수 검토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단적인 사례다.

곽도영 now@donga.com·김재희 기자
#황창규#kt#검색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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