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진입장벽이 높다. 기술 아닌 감성이 손목 위를 차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흔치 않은 기계다. 첨단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꼭 좋은 시계도 아니다. 시계를 사는 사람들도 혁신적인 성능을 갖춘 제품을 가지고 싶은 시계라고 말하지 않는다. 당장 예물 시계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 중에 단순히 기능이 좋은 시계를 선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계에는 특유의 감성이 있다. 정확한 시간을 알린다는 시계 본연의 가치 외에 다양한 기능 실현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가 오히려 ‘시계다움’ 강조하며 전통적인 시계와 닮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스마트워치를 처음 차봤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템포드롬에서 열린 삼성전자 ‘기어S3’ 언팩 행사가 끝난 뒤 기어S3가 강조하는 시계로서의 가치를 면밀히 살펴봤다. 개인적으로 스마트워치는 시간을 알려주는 전자기기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기어S3를 쓰는 동안에는 전자기기로서의 성능을 살펴보기보다 매일 찰 수 있는 시계로서 돈을 주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지 고민했다. 그만큼 기어S3는 시계 그 자체의 형태를 가장 잘 구현했다.
기어S3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시계다움’이다. 기어S3는 전작처럼 스마트 워치와 전통적인 시계 느낌을 모두 구현하기 위해 두 가지 모델로 나왔다. 야외활동을 선호하는 활동적인 소비자들을 위한 ‘프론티어’ 모델과 전통적 명품 시계 감성을 극대화한 ‘클래식’ 모델이다.
두 가지 모델 모두 본체는 스테인리스 소재다. 스위스 명품 시계 IWC와 태그호이어 기판을 연상하는 시간 알림 화면을 채택해 소비자들에게 전통적인 명품 시계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흔적도 엿보인다.
먼저 프론티어 모델은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였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 ‘홈버튼’과 ‘뒤로 돌아가기’ 기능을 실현하는 우측면 두 개의 타원형 버튼은 폴리우레탄으로, 시계줄은 실리콘 소재로 각각 처리했다. 야외활동에 특화된 제품답게 수분에 강하고 내구성이 좋은 소재를 선택한 것이다. 다만 손목 위로 전해지는 무게감이 과연 야외활동에 적합한 지는 의문이었다. 프론티어 모델의 무게(62g)는 전통적 시계 가치 표방하는 클래식 모델(57g)보다 오히려 5g 더 나간다.
클래식 모델은 실망스럽다. 전통적인 명품 시계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인 모델답지 않게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다. 본체 옆면의 스테인리스를 헤어 라인으로 마감하고 프론티어 모델과 달리 우측면 버튼을 스테인리스로 마감해 일체감을 주었지만 큰 변화를 느끼기에는 부족했다. 특히 가죽 소재로 만들어진 시계 줄은 인조 가죽 느낌이 났다.
시계는 차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손목에 감았을 때 느껴지는 감촉과 무게감은 빼놓을 수 없는 시계의 가치다. 시장에 시계다움 강조한 스마트워치는 많다. 기어S3가 각종 눈을 번뜩일 만 한 기능 탑재하고도 시계다움을 강조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스마트워치로서의 기어S3의 첨단 기술은 한 번쯤 지갑을 열어볼 고민을 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근거리 무선통신(NFC) 방식 결제만 지원하던 기존 제품과 달리 기어S3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MST) 결제를 가능케 했다. 위치정보 관련 별도 위성항법시스템(GPS)을 탑재해 이동거리, 심박수, 열량 소모 등 다양한 피트니스 정보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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