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産銀, 출자회사중 98곳 패키지로 묶어 판다

  • 동아일보

30일 매각방안 확정
부실-우량자산 한꺼번에 팔면 손실 최소화하고 신속 진행 기대
일부 “투자매력 되레 떨어질수도”

KDB산업은행이 132개 비금융 출자회사 중 98개 중소·벤처회사를 패키지로 묶어 시중 펀드 등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개별 회사를 각각 팔려고 시도했지만 매각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은 ‘패키지 매각’ 방식으로 매각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량 기업과 비우량 기업이 한데 섞인 ‘매물 패키지’의 장단점이 뚜렷해 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9일 출자회사관리위원회, 30일 이사회를 각각 열고 중소·벤처회사에 대한 ‘패키지 매각’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회사를 하나의 대형 패키지로 묶어 한꺼번에 일괄 매각하는 방안과 여러 개의 작은 패키지로 나눠 파는 방안 중 일괄 매각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우선 80개 이상의 중소·벤처회사 매물을 단수 또는 복수의 패키지로 만들어 연말까지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론과 출자회사들이 산은 퇴직자들의 재취업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132개 비금융 출자회사를 2018년까지 매각해 총 2조4000억 원을 회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우조선해양처럼 구조조정 과정에서 출자전환한 34개 출자회사와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한 98개 중소·벤처회사가 매각 대상이다. 이 중 올해 46개, 내년 44개, 2018년 이후 42개사를 매각한다는 게 산은의 당초 계획이었다.

그러나 성과는 신통치 않다. 올해 판매에 성공한 곳은 출자전환 회사 중 2곳, 중소·벤처회사 중 7곳에 불과하다. 현재 협상 중인 서너 곳의 중소·벤처회사를 판다고 해도 목표에는 한참 밑돈다. 회사별로 매각하는 ‘개별 매각’ 방식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산은은 올해 4차례에 걸쳐 77개 출자회사에 대한 매각공고를 냈다.

이처럼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산은이 개별 매각에서 패키지 매각 방식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회사를 따로따로 팔면 재무상황이 좋은 우량 매물만 팔릴 가능성이 크지만 패키지로 묶으면 부실 자산과 우량 자산을 한데 묶어 팔 수 있어서다. 비우량 기업에 대한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한꺼번에 많은 회사를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비우량 기업이 섞인 패키지 매물의 특성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부실 자산을 인수해 향후 매각차익을 노리는 구조조정 전문펀드나 벤처캐피털 등으로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부실 자산을 함께 인수해야 해 투자 매력이 떨어질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국내 한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비우량 기업은 나중에 재매각이 어려울 수 있어 우량 기업에 대한 매수 의욕까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매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손해를 보고 팔았을 때 감사원의 지적을 받을 것을 우려해 패키지 매각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kdb산업은행#매각#패키지 매각#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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