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트남펀드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들어 스무 개가 넘는 베트남펀드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까지 나온 베트남펀드의 올 평균 수익률도 13%대의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2000년대 중반에 이어 두 번째 ‘베트남펀드 특수’에 대한 기대감과 베트남 경제와 증시의 취약성으로 급락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계감이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중장기 관점에서 베트남 시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수익률 올라가자 시중자금 몰려
24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3일 현재 올해 새로 나온 베트남펀드는 23개다. 지난해 말 현재 운용 중인 베트남펀드가 34개인 것과 비교하면 최근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까지 설정된 베트남펀드(설정액 10억 원 이상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3.74%에 이른다. 가장 좋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펀드는 ‘한국 월드와이드 베트남 혼합 증권 투자신탁 2’로 올해 들어 27.75%의 수익을 냈다. 올해 해외 주식형 펀드들이 평균 ―1%대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적표다.
자산운용사들이 베트남펀드 상품을 쏟아내고 두 자릿수 수익률까지 내자 시중 자금도 몰리고 있다. 베트남펀드 설정액은 23일까지 최근 석 달간 794억1100만 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글로벌 펀드에서 총 1107억 원이 빠져나갔다.
베트남펀드가 주목을 받는 건 베트남 증시의 호조 때문이다. 2006∼2007년 1,000 선을 넘었던 베트남 VN지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00 선까지 주저앉는 시련을 겪었다. 최근에는 650 선까지 회복한 상태다. 베트남은 경제위기 이후 연평균 6%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여기에다 베트남 정부가 지난해부터 외국인 투자 한도를 100%로 확대하고 국영기업 기업공개(IPO)를 늘리는 등의 경제개방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 “장기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다시 부상하고 있는 베트남 시장이지만 시장의 경계감도 만만치 않다. 변동성이 큰 신흥국 시장의 한계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미국이 기준 금리를 올릴 경우 신흥국에서의 자금 유출이 확대되고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이소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베트남뿐 아니라 신흥국이라면 피해 갈 수 없는 리스크”라며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출렁거릴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둔화되고 있는 베트남 경제도 약점이다. 베트남의 상반기(1∼6월) 경제성장률은 5.5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성장률이 1%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자연재해로 주력 산업인 농축수산업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2분기 기업의 순이익도 5% 감소했다. 최근 베트남 건설은행 등 주요 은행의 고위 인사들이 비리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며 은행권에 대한 신뢰도 떨어졌다. 베트남 증시에서 은행주의 비중은 40%가 넘는다.
이런 점을 의식해 최근에는 단기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 투자하는 베트남펀드들이 나오고 있다. 메리츠자산운용이 다음 달 내놓을 베트남펀드는 10년 만기 폐쇄형 펀드(투자자가 환매 청구를 할 수 없음)로 설계된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시장은 최소 2, 3년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면서 “펀드 등의 간접투자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펀드 운용 실적 등을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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