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TV서 올레드까지… LG ‘기술의 금자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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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TV생산 50주년

1966년 8월 1일 부산 온천동 금성사(현 LG전자) 공장에서 한국 최초의 흑백 텔레비전이 탄생했다. ‘VD-191’, 진공관(vacuum-tube)식 19인치 1호라는 의미의 이름이다. 80kg 쌀 한 가마 값이 2500원이던 당시 VD-191의 가격은 6만8000원이었다. 이런 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TV는 추첨을 통해 팔아야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VD-191을 시작으로 LG전자는 지난해 말까지 누적 5억 대의 TV를 생산했다. 1999년 1억 대를 넘어섰고 TV 사업 시작 40년 만인 2006년에는 2억 번째 TV를 생산했다. 1966년 첫해 생산량은 9050대였다. LG전자는 1982년 미국 앨라배마 주 헌츠빌에 공장을 설립하며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에서 TV를 생산한 기록도 갖고 있다. 현재 LG전자는 11개국에서 13개의 TV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120여 개국에 판매하고 있다.
○ 세계 시장 뛰어들기까지

VD-191의 출시 이후 LG전자가 걸어온 TV 사업 역사 50년은 한마디로 피 말리는 경쟁의 연속이었다.

1969년 전자 사업 허가권을 따낸 삼성전자가 TV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며 매섭게 추격해왔다. 삼성전자가 1975년 8월 TV 화면이 켜지는 시간을 기존 20초에서 5초 이내로 단축한 ‘이코노 TV’라는 히트 제품을 내놓으면서 두 회사 간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코노 TV는 나오자마자 전년 대비 50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LG전자도 1977년 첫 19인치 컬러TV(CT-808)를 내놓으며 반격했다.

1990년대 후반 들어 평판 디지털 TV가 브라운관 TV를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두 회사 간 경쟁은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됐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며 성장한 것이 결국 일본 업체들이 꽉 잡고 있던 세계 TV 시장에 진출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LG전자는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고해상도 및 패널 대형화 경쟁에 뛰어들며 세계 최초 기록을 연이어 내놨다. 2004년 세계 최초로 50인치 벽을 깬 55인치 풀HD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생산한 데 이어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가운데 처음으로 풀HD 해상도를 적용한 71인치 제품을 내놨다.

하지만 LG전자보다 늦게 사업을 시작한 삼성전자가 1998년 세계 최초의 디지털 TV를 내놓으며, 영원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소니의 아성을 깼다. 2006년 처음 세계 TV 시장 1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이후 10년간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에도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6.9%로 1위였다. LG전자는 14.1%로 2위를 차지했고 소니는 7.5%로 3위에 그쳤다.
○ 앞으로 50년이 더 치열한 경쟁

2000년대 후반부터는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경쟁에 더해 파격적인 가격과 공격적 인수합병 전략을 내세운 중국 TV 업체들과의 싸움도 시작됐다. 2010년까지만 해도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던 한국과 중국 브랜드의 세계 TV 시장점유율은 올해 1%포인트 안팎으로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기술을 ‘포스트 LCD’ 전략으로 밀고 있다. 2012년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CES)에서 올레드 TV를 처음 선보인 이래 2013년 세계 최초로 대형 올레드 TV를 양산하며 올레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레드 시장이 대중화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퀀텀닷 기술을 바탕으로 한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를 개발 중이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브라운관에서 평판 TV로 넘어가는 기술 세대교체 과정에서 일본 업체들이 한국 업체들에 선두 자리를 뺏겼다”며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차기 기술에 대한 주도권을 빠르게 쥐지 못한다면 언제 어떻게 자리를 또 뺏길지 모른다”고 했다.

결국 TV 사업 50돌을 맞는 LG전자로서는 올레드 대중화라는 과제를 통해 시장의 판도를 뒤집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이제까지 걸어온 50년보다 앞으로의 50년이 더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텔레비전#tv#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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