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人]비티엑스 배종갑 대표 “단순 모방은 NO… 기술이 명품회사 만들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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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환경의 다양한 특수밸브 생산…㈜비티엑스

배종갑 대표
배종갑 대표
많은 사람들이 미지의 땅을 개척하는 것에 주저한다. 바다 안에 먹잇감이 있지만 선뜻 바다에 입수하기를 머뭇거리는 ‘펭귄’ 같다. 하지만 찬 바다에 가장 먼저 몸을 던져 무리의 생명을 이끄는 펭귄이 있다. 그 선두가 ‘퍼스트펭귄’이다.

경남 창원에 있는 밸브 생산업체 ㈜비티엑스(www.btxvalve.com)를 이끄는 배종갑 대표가 그렇다. 그는 새로운 도전으로 없던 길을 뚫었고, 험난한 여정 끝에 회사를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키웠다. 과거 전량 미국 수입에 의존해 오던 해군 군함 탄약고용 살수장치 밸브를 국산화해 수입대체를 이끌었고, 1990년 초반에는 차단기용 가스밸브를 처음 개발해 국내 중전기업체에 독점 공급했다.

밸브의 밸자도 몰랐던 배종갑 대표는 1987년 직장생활을 같이했던 동료의 권유로 얼떨결에 ‘낯선 길’로 들어섰다. 관련 분야 전문가 몇 명과 작은 설계실로 출발했지만 희망보다 고비가 먼저 왔다.

사업은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졌고, 급기야 공장 임차료가 밀리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한때 나락으로 떨어질 뻔했지만 이내 우뚝 일어서 산업용 밸브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비티엑스는 변압기 차단용 밸브뿐만 아니라 브이볼 밸브, 세이프티 밸브, 버터플라이 밸브 등 수십 가지 특화된 밸브를 생산하고 있다. 이를 효성과 현대중공업, GE, ABB, 지멘스, 알스톰 등 국내외 굵직한 기업들에 납품한다. 현재 미국과 일본, 러시아, 대만 등에 밸브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남부발전과 공동으로 개발한 초초임계압화력발전소 주증기 드레인 관로의 고온고압용 ‘메탈시트 볼밸브’가 독일 세계 3대 발명대전에서 기계부문 금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2015 독일 국제발명대전(iENA)’에서다.

메탈시트 볼밸브는 기존 밸브의 누기(스팀이 새는 것)로 인한 에너지 손실을 완벽히 차단하는 제품이다. 밸브 작동 시 누기 발생에 대비한 안전커버를 장착해 작업환경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향상시켰고, 문제 발생 시 응급조치의 원활화를 도모했다.
독일 국제발명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메탈시트 볼밸브
독일 국제발명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메탈시트 볼밸브

또 밸브를 배관 라인에서 분해하지 않고 상부 샤프트 분해 후 간단하게 패킹을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밸브 톱(윗부분)을 제거한 후 내시경 카메라로 내부 파손 유무를 확인할 수 있어 정비시간을 현저히 단축했다.

이 기술은 발전소 압력과 온도가 높은 일부 배관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던 외국산 차단밸브의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3년간 한국남부발전과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다.

하동화력발전소에서 약 1년간 실증시험을 거친 이 제품은 국내 화력발전소 전체 대체 적용 시 연간 수백억 원의 연료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매출 200억 원을 바라보는 배 대표는 “명품 사원이 명품을 만드는 것이 명품 회사로 도약하는 길”이라며 “즐겁게 일해야 좋은 제품도 나오고 최고가 된다는 생각에 2개월에 한 번씩 직원 시상제도를 마련하는 등 즐거운 사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개의 강소기업들이 그렇듯 비티엑스의 가장 큰 강점도 기술력이다. 기존 수입 제품을 단순히 모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더 싸고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각오로 기술 개발에 임하고 있다. 매년 매출의 10% 내외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이 회사는 현재 12건의 특허를 갖고 있고 NET(신기술)인증과 성능인증을 받을 정도로 기술 개발에 각별한 공을 들인다.

중소기업이업종 경남연합회 회장을 지낸 배 대표는 “중소기업이 특화된 기술력을 갖고 경쟁력을 키우길 바란다”며 “기업인들도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사회공헌활동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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