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상장-면세점 재허가 먹구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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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롯데 비자금 의혹 전격 수사]임직원 “그룹 위기 온다” 긴장
홈쇼핑 중징계-신영자 비리혐의 등… 잇따른 악재 그룹이미지 추락 우려

10일 오전 8시경 서울 중구 남대문로 롯데쇼핑센터 빌딩에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치자 직원들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롯데그룹 관계자 A 씨는 “호텔롯데 상장, 면세점 허가권 취득 등 굵직한 일들을 앞둔 마당에 회장님 자택까지 압수수색한다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다른 직원은 “그룹이 그동안 이뤄놓은 것들을 한꺼번에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직원들 사이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일군 그룹이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코퍼레이션 측은 “신 총괄회장이 고열로 9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으며 고령 등을 감안해 압수수색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지난해 7월 시작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신동빈 회장 중심으로 마무리되며 롯데그룹은 안정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4월 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악재가 잇따라 터져 나온 끝에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이후 어렵게 회복해온 롯데 브랜드의 신뢰를 영영 잃을까 두렵다”라고 말했다.

당장 7월로 예정된 호텔롯데 상장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거래소는 다음 주초 호텔롯데 측과 이번 사태가 상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연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현 상황 등을 고려해) 아예 취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호텔롯데는 당초 6월 말에 상장될 예정이었지만 신동빈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사건에 휘말리면서 7월로 연기됐다. 호텔롯데 상장이 연기되면 롯데정보통신, 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롯데건설 등 다른 계열사의 상장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면세 사업권을 다시 따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11월 면세 사업권 재승인을 받지 못해 올해 6월 말 문을 닫는다. 관세청이 추가로 서울 시내 면세점 허가권을 내주기로 하면서 사업권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 12월로 예정된 특허 심사 때 불리할 개연성이 있다.

나머지 계열사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롯데홈쇼핑은 9월부터 프라임 시간대를 포함해 하루 6시간(오전, 오후 8∼11시)씩 방송을 중지하라는 고강도 징계를 받았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대국민 사과를 한 롯데마트는 민형사상으로 책임질 일이 남아 있다. 최근 폴리염화비닐(PVC) 생산업체인 미국 액시올에 인수 제안을 했던 롯데케미칼은 10일 인수합병(M&A)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검찰 수사의 칼끝이 신동빈 회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고 본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줄소환될 가능성이 있고, 그 경우 경영권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재계는 롯데 사태가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성역 없이 수사가 이뤄져 경제 비리를 근절해야겠지만 이런 분위기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돼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백연상 baek@donga.com·이건혁·손가인 기자
#호텔롯데#상장#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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