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복마전’ KT&G… 前現사장 등 42명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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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민영화뒤 감시 줄어들자… 납품 리베이트 등 쌈짓돈 챙기기
임원부터 노조위원장까지 가담… ‘박근혜 캠프’ 사진사 출신도 뒷돈

KT&G 전현직 임원들이 저지른 ‘전방위 비리’가 9개월 동안의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리베이트 등 광고업계의 고질적인 검은 관행도 KT&G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김석우)는 지난해 8월 시작한 KT&G의 비리 수사를 통해 민영진 전 사장(58·배임수재 등), 백복인 현 사장(50·배임수재 등)을 포함한 KT&G 임직원 7명을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또 KT&G 협력업체 및 납품업체 임직원 17명, 광고업체 임직원 7명, 광고주 6명 등 35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 수사 결과 KT&G는 2002년 민영화 이후 공공기관 평가, 감사원 감사 등의 감시에서 벗어나면서 각종 비리에 노출됐다. 일부 임직원은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회사의 힘을 이용해 부정을 저질렀다.

민 전 사장의 비리는 협력업체, 납품업체, 광고업체, 담배수입상, 부하 직원 등을 가리지 않았다. 2010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KT&G를 이끈 민 전 사장은 협력업체 두 곳으로부터 납품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6000만 원의 뒷돈을 받았다. 파텍필립, 롤렉스 등 7900만 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상납한 담배수입상에게 1100만 달러(약 131억 원)어치의 담배수입 할인 약정도 해줬다. 민 전 사장은 사장이 되기 전인 2009년 10월에는 자신에게 줄을 대려는 부하 직원으로부터 4000만 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현직인 백 사장은 마케팅본부장 시절인 2011년 2월 광고 선정 대가로 광고대행사에서 5500만 원을 받았다.

다른 임직원들은 사장보다 더 대담했다. 이모 전 부사장(60)과 구모 신탄진공장 생산실장(46)은 “납품단가를 유리하게 해달라”는 담뱃갑 인쇄 협력업체의 부탁을 들어주고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총 6억4500만 원을 챙겼다. 2003∼2015년 KT&G의 노조위원장을 맡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전모 씨(57)는 노사 협의에서 명예퇴직제 도입 등 경영진의 요구를 돕는 대가로 민 전 사장으로부터 4540만 원짜리 파텍필립 시계를 받아 ‘사장 위 노조위원장’이라는 세간의 뒷말을 들었다.

검찰은 광고업체들에도 메스를 들이댔다. 광고업체들은 KT&G 광고를 수주해 얻은 이익의 일부를 임직원들에게 리베이트로 제공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업계 비리로 번진 수사로 등산복 업체 ‘밀레’의 상무, 대부업체인 리드코프의 서홍민 부회장, 우리카드 이모 홍보실장 등도 재판에 넘겨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사진사였던 박모 씨는 KT&G 고위층에 영향력을 행사해 광고 수주가 가능한 것처럼 가장한 뒤 뒷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kt&g#납품리베이트#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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