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트인 현대상선, ‘첩첩산중’ 한진해운…해운업계 향방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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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이틀간 진행된 사채권자 집회에서 8042억 원 규모 채무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법정관리라는 암초를 피해가는 모양새다. 2일로 예정된 해운동맹 관련 회의와 용선료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경영정상화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1일 두 차례 열린 사채권자 집회에서 1742억 원 규모 채무조정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전날 세 차례 사채권자 집회에서 6300억 원 규모 채무조정에 성공한 것까지 합치면 총 8042억 원의 채무가 조정된 것이다. 현대상선은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의 50% 이상 출자전환, 2년 유예 후 3년 분할상환’이라는 조건을 제시해 동의를 받았다.

특히 1일 채무조정이 이뤄진 186회차와 176-2회차 회사채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20~30% 정도로 높아 채무조정이 힘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법정관리만은 피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조정안은 96.7%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특히 176-2회차 회사채는 앞서 3월 17일 이뤄진 집회에서는 부결됐지만 이번에는 가결됐다.

채무재조정, 해운동맹 가입, 용선료 인하라는 ‘구조조정 3대 조건’ 중 첫 관문을 통과한 현대상선은 나머지 과제도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현대상선은 2일 서울 모처에서 열리는 해운동맹체 ‘G6’의 정례 모임에서 새롭게 결성된 ‘THE 얼라이언스’ 가입 문제를 논의한다. 내년 3월까지 유지되는 G6 회원사 중 독일 하파크로이트, 일본 MOL과 NYK가 THE 얼라이언스에 가입하기로 했기 때문에 현대상선은 이들 회사에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 측은 “용선료 협상도 조만간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되는 만큼 해운동맹 편입도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이 THE 얼라이언스 회원사여서 현대상선의 동맹 가입을 결정할 수 있지만 현대상선이 들어와서 나쁠 것이 없는 데다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은 비슷해서 반대할 명분도 약하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분석이다.

한편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진해운은 캐나다 선주 시스팬으로부터 용선료 인하를 거절당하는가 하면 용선료를 연체해 벌크선 1척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흘간 억류되기도 했다. 지난달 초 마련한 자구안도 규모가 4100억 원에 불과해 넉넉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규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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