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하이브리드차, 이면도로 보행자 사고율 높다”…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일 1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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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증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의 친환경차가 저속 주행할 때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보행자 사고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교통기후환경연구소는 지난 2년간 현대해상의 고객사고 23만4167건의 통계를 분석하고 소음 크기 현장실험 등을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1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발표한 ‘저소음 차량의 보행자 안전 영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차량이 주로 저속으로 주행하는 이면도로와 주차장에서 하이브리드차의 사고율은 5.5%로 가솔린차(3.5%)나 디젤차(3.5%)보다 1.6배 높았다. 특히 이면도로에서의 보행자 사고율은 하이브리드차가 0.34%로 가솔린차(0.23%)와 디젤차(0.22%)보다 1.5배가량 높았다.

연구소가 이면도로에서 친환경차의 소음 크기와 보행자의 인지 수준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이면도로를 하이브리드차량이 시속 30㎞ 이내로 지날 때 측정된 소음은 67.9㏈(데시벨)로 차량이 다니지 않을 때(65㏈)와 큰 차이가 없었다. 같은 조건에서 가솔린차의 소음은 72.6㏈, 디젤차는 83.8㏈로 나타났다.

이면도로에서 친환경차의 사고율이 높은 이유는 저속 주행할 때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는 시속 30㎞ 이하로 저속 주행할 때 엔진을 가동하지 않고 배터리에 의한 전기모터만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차량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조용한 자동차는 보행자에게는 안전상의 위협을 가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는 친환경차의 저소음이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보행자에게 치명적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하이브리드차가 접근할 때 보행자에게 소리를 내 알리는 ‘접근 통지음’을 2018년부터 의무화할 예정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친환경차가 저속 운행을 할 때 보행자에게 접근 통지음을 내도록 하는 법제화가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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