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폐장, 2028년 확정해 2053년부터 가동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14시 22분


코멘트
33년간 논란을 빚어온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중장기 안전관리 로드맵이 나왔다.

정부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부지를 12년에 걸쳐 공모 방식으로 선정한다. 2028년까지 최종 부지를 확정한 뒤 24년 간 건설해 2053년부터 가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이런 내용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행정 예고했다. 기본계획안은 2013년 10월 출범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20개월간 의견수렴 활동을 거친 뒤 지난해 6월 내놓은 권고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사용후핵연료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방안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건설은 33년 밀린 숙제다. 1983년부터 9차례에 걸쳐 추진됐지만 부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현재는 원전 내 수조(水槽·물탱크)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지만, 2019년 월성원전부터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정부는 원전 내에 추가로 건식 저장시설을 지어 중간저장시설 완공 전까지 버틴다는 계획이지만 방폐장 건설이 또 차질을 빚게 되면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번에도 관건은 사업지 선정이다. 정부는 특정 지역을 지정하지 않고, 지역 공모를 받고 주민동의를 거쳐 대상지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 사업지 선정 때도 경주와 영덕, 포항과 군산 등이 공모에 참여해 주민투표 결과 경주가 방폐장을 유치했다. 그 대가로 정부는 경주에 3000억 원의 특별지원금을 지급했고,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이전시켰다.

정부는 사업지 선정에 걸리는 기간을 최소 12년으로 잡았다. 바다와 먼 내륙지역이나 인구가 밀집한 도시, 지반이 약한 곳 등 부적합지역을 우선 걸러낸다. 이어 사업지를 공모하고, 주민 동의를 거쳐 복수의 후보지에 대해 4년간 심층조사를 벌인 뒤 최종 대상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고준위 방폐장에는 지하 500~1000m에 만드는 영구처분시설뿐만 아니라 이와 비슷한 환경에서 안정성을 실증하는 지하연구시설, 영구처분 전 일시적으로 방폐물을 보관하는 중간저장시설 등이 같이 들어선다. 산업부는 사업지 확보 일정이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중간저장시설은 2035년, 영구처분시설은 2053년 완공돼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부적합지역을 걸러내는 작업부터 난관이 예상된다. 지질조사에도 주민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이 방폐장을 유치하려 할지도 확실하지 않다. 경주에 들어선 저준위 방폐장과 달리 방사능 함유량이 높은 고준위 방폐물 처리시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과의 소통과 적극적인 지원 등을 통해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경주 방폐장 유치 사례에서 보듯 정부가 적극적으로 특별지원금 등의 혜택을 제시하고 설득하면 부지 선정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방폐장 추진 과정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통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번 기본계획에 대해 공청회 등을 거쳐 7월 열리는 국무총리 주재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확정하고 ‘고준위 방폐물 관리 절차에 관한 법률(가칭)’을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 채희봉 에너지자원실장 “지역주민 소통이 최우선 과제” ▼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25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건설 과정에서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업지 선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공모제를 거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부지 선정 기간을 12년으로 길게 잡은 이유는?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이고 부지 안전성을 충분히 검토하기 위해서다. 대신 전문가 의견을 거쳐 건설기간을 공론화위원회 권고안보다 7년 줄였다. 부지 선정은 주민과의 소통을 감안해서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진행하겠다.”

-공모 형식으로 부지를 선정한다고 했는데, 지자체가 신청하겠나.

“공모방식을 채택한 것은 과거에 정부가 특정한 지역을 지정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경주 방폐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도 공모방식을 통해 새로운 관행과 전통을 확립했다. 앞으로도 이런 공모방식을 통해 지자체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정부는 해당 지역에 다양한 혜택과 지원을 하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방폐장 건설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계획은?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지원 내용에 대해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부지 선정 과정에서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적인 위원회를 설치해 지역에 필요한 지원 정책 등을 확정해 나갈 예정이다.”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