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가슴에 손 얹은 사람이 더 정직해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3일 03시 00분


‘마음 지휘자’ 제스처-온도의 힘

우리는 대화할 때 다양한 제스처를 활용한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거나 포개는가 하면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최고’라고 격려하기도 한다. 손을 가슴에 얹어 정직함을 표현하기도 하고 주먹을 불끈 쥐면서 힘내라고 격려하기도 한다. 면접시험을 보거나 중요한 모임을 앞두고 있을 때는 어깨를 활짝 펴거나 목소리를 가다듬는 등의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이러한 제스처나 행동은 사람의 마음을 지휘하는 마법 같은 효과를 보일 수도 있다.

가수 더원(The One)은 노래할 때 가슴에 손을 얹는 제스처를 취한다. 보통 정직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가슴에 손을 얹는 제스처를 하곤 하는데, 이런 조그만 동작이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을 줄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가슴에 손을 얹는 사람을 그러지 않는 사람보다 더 정직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슴에 손을 얹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 역시 그러지 않는 사람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가슴에 손을 얹는 제스처를 정직함 및 신뢰성과 연관 지어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뜻한 음료를 마시거나 샤워를 하는 단순한 행위도 사람의 마음을 좌지우지하는 마법을 부린다. 예를 들어 추위는 사람들이 주변 환경을 지각하고 해석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홍콩대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찬물(10도)을 마신 사람은 따뜻한 물(40도)을 마신 사람보다 소속감이 떨어졌다. 온도와 소속감 간 매우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호의를 끌어내고 싶을 때는 냉커피가 도움이 될까, 아니면 따뜻한 커피가 도움이 될까.

당연히 따뜻한 커피다. 커피잔을 잠시 들고 난 뒤 상대방에 대한 인상을 평가하도록 실험을 진행한 결과 뜨거운 커피잔을 든 사람은 찬 커피잔을 든 사람보다 상대방을 더욱 다정하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 차가운 커피잔을 들었던 사람은 자기 선물을 친구 선물보다 많이 샀다. 하지만 뜨거운 커피잔을 들었던 사람은 자기 선물보다 친구 선물을 많이 샀다. 따뜻한 커피와 같은 사물이 인간 심리는 물론이고 대인관계까지 좌우하는 셈이다.

실제로 대인관계와 온도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이는 누군가를 푸대접할 때 ‘냉대(冷待)’라는 표현을 쓰는 것처럼 우리의 언어습관 속에서도 잘 드러난다. 사람의 성격에 대해 표현할 때에도 ‘따뜻하다’ ‘차갑다’ ‘냉혈한’ 등 온도와 관련한 단어를 활용해 은유적으로 평가하곤 한다.

흥미로운 것은 물리적 따스함과 심리적 따스함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같다는 과학적 사실이다. 201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팀은 피험자가 친구나 가족이 보낸 다정한 메시지(심리적 따스함)를 읽을 때, 또는 따뜻한 팩(물리적 따스함)을 붙잡았을 때 어떤 뇌 부위가 활성화되는지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했다.

그 결과, 다정한 메시지(심리적 따스함)를 읽을 때와 따뜻한 팩(물리적 따스함)을 잡고 있을 때 똑같은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여름에는 귀신이 나오는 오싹한 납량 영화를 보고 싶어 하지만 추울 때는 훈훈한 로맨스 영화를 찾는 것도 물리적 온도와 심리적 온도를 비슷하게 여기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2012년 홍콩과학기술대 연구팀은 추위와 보고 싶어 하는 영화 장르 간 관계를 분석했다. 즉, 날씨가 추우면 무엇인가 따뜻함을 원하고, 그 결과 훈훈한 로맨스 영화를 더 좋아할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하기로 했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날씨와 온라인 영화 대여 간 관계를 추적했다. 그 결과 날씨가 추울수록 사람들은 로맨스 영화를 더 많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결과는 로맨스 영화를 심리적 따스함과 연상시키는 사람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온도와 신뢰는 어떤 관계일까. 우선 차가운 팩과 따뜻한 팩을 만진 뒤 익명의 파트너에게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를 물었다. 그 결과 차가운 팩을 만진 사람은 따뜻한 팩을 만진 사람보다 투자를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람들은 따뜻한 음료를 들고 있을 때는 사회적으로 친밀감을 느끼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존재라고 느낄 때 주변 온도가 더욱 차갑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인간의 정신이 신체를 통제하기도 하지만 신체가 정신을 통제하기도 한다. 최근 과학자들은 마음을 리모컨처럼 통제하는 제스처 같은 것들의 위력을 밝혀내는 연구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도 몸이 마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는 흔히 내용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만큼 형식도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또 진심은 통한다고 말하지만 진심을 전할 때 형식도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hsignal@gmail.com

이 기사의 전문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1호 (5월 2호)에 실려 있습니다.

#마음 지휘자#dbr#제스처#온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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