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사로잡는 벨소리-색 만든다…삼성전자 소리-컬러 디자이너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9일 16시 18분


코멘트
‘디자이너’라고 하면 흔히 제품이나 소프트웨어 디자이너부터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사운드와 컬러처럼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분야를 디자인하는 사람들도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소리’와 ‘색’을 입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최근 문을 연 삼성전자 서울 연구개발(R&D) 캠퍼스(서울 서초구 성촌길)에는 소리 디자인 랩이 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든 소리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윤중삼 무선사업부 수석은 “스마트폰 한 대에 들어가는 음원이 벨소리와 알림음, 통화연결음, 카메라 셔터음 등 총 100여 개”라며 “짧은 소리 안에 각각 긍정과 부정의 메시지를 담기 위해 사운드 디자이너8명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 작곡과를 졸업한 윤 수석은 ‘갤럭시S2’부터 탑재된 삼성전자 시그니처 벨소리인 ‘오버 더 호라이즌’을 작곡한 국내 1세대 사운드 디자이너다.

오버 더 호라이즌은 매년 새 스마트폰이 나올 때마다 기본 멜로디는 유지한 채 리뉴얼 과정을 거친다. 윤 수석은 “아무리 좋은 음악도 반복해 들으면 질리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아이덴티티를 계승하되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편곡하고 있다”며 “시그니처 벨소리로 자리 잡으면서 새로운 버전을 기다리는 고정 팬들도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벨소리 녹음 및 작업 과정을 유튜브 등에 공개하고 있다. ‘갤럭시S6’에는 유명 영화음악과 게임음악의 작·편곡을 담당한 제이미 크리스토퍼슨 음악감독과 유명 글로벌 세션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내쉬빌 스트링 머신이 참여했다. ‘갤럭시S7’의 강력한 락 버전은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웨덴 밴드 ‘더티룹스’가 연주했다.

최근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컬러 전쟁도 한창이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6S’를 내놓으면서 디자인 변화 하나 없이 로즈골드 색상을 새로 도입한 것만으로도 사상 최대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전자업계에서는 최대한 대중적이면서도 너무 평범하지 않은 색을 찾아내는 컬러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컬러 디자인팀은 매년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조사와 색채 전문 연구기관에 의뢰한 결과 등을 토대로 ‘그 해의 컬러’를 찾아낸다. 조성훈 무선사업부 책임은 “1단계로 수백 가지 색상을 추려낸 뒤 거기서 최종적으로 12개를 뽑아낸다”며 “그 안에서 1, 2차 색상을 찾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대량생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호불호가 갈리는 색상은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갤럭시S6는 전작과 달라진 메탈과 강화유리 소재를 강조하기 위해 그린 에메랄드와 블루 토파즈 등 다소 튀는 강렬한 색상 위주로 내놨다. 반면 갤럭시S7은 ‘완벽을 향한 여정’이라는 제품 콘셉트에 맞춰 자연색에 가까운 블랙·골드·화이트·실버 색상으로 냈다. 새로 나온 ‘핑크골드’색도 갤럭시노트5에 비해 좀 더 스킨 톤에 가깝게 맞췄다. 조 책임은 “최근 중성적인 느낌이 인기를 끌면서 핑크골드를 찾는 남성고객이 늘었다”며 “당분간 젠더리스 컬러 트렌드가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