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 돋보기] 설현을 게으르게 만든 ‘로봇청소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31일 05시 45분


걸그룹 AOA의 설현을 모델로 기용한 G마켓의 새로운 CF시리즈. 로봇청소기를 활용해 ‘게으름의 즐거움’을 표현한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사진제공|G마켓
걸그룹 AOA의 설현을 모델로 기용한 G마켓의 새로운 CF시리즈. 로봇청소기를 활용해 ‘게으름의 즐거움’을 표현한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사진제공|G마켓
■ G마켓 ‘설현의 8번째 장바구니’편

G마켓, 나른한 봄날 소비자의 귀찮은 심리 잘 표현

설현이 세상에서 가장 나른한 자세로 마루바닥에 누워 있다. 게으름, 나른함. 그리고 편안함. “아, 오늘 같은 날에는 아무 것도 하기 싫어. 스케줄이 없으면 좋겠어. 전화도 받고 싶지 않아”하는 마음이 단숨에 읽힌다.

두 다리를 소파에 처억 걸쳐 놓았다. 화면 구도상 설현의 다리는 왼쪽 상단의 소파, 머리는 오른쪽 아래에 위치했다. 위에서 내려다 본 부감샷은 피사체를 길게 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설현의 늘씬한 몸매의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양말과 짧은 흰색 반바지 사이의 다리가 ‘기일게’ 뻗어있다. 바닥에 베개도 없이 머리를 대고 누워 긴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헝클어져 있다. 여기에 클래식 음악으로 치면 ‘제2의 동기’ 등장. 설현의 옆구리에 둥근 물체가 놓여 있다.

로봇청소기다. 그런데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다. 설현의 몸에 막혀 더 이상 전진이 어려운 것이다. 평소라면 설현이 일어나 청소기가 제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일어나기가 싫다. 아, 정말 싫다.

자막과 함께 설현의 목소리가 들린다. “게으른 나를 더 게으르게 만드는 로봇 청소기.”

이윽고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묻는다. “어디서 샀게? G마켓!”

마지막 “G마켓”은 바람소리가 ‘쉿!’ 일도록 강하게 속삭인다. 그래서 강력하고 빠르게 와 닿는다. 래퍼들이 잘 쓰는 표현으로 귀에 때려 박힌다.

설현의 동양적인 청순함과 서구적 섹시함의 효과를 재치 있게 끌어올린 CF다. 무엇보다 설현의 몸에 막혀 뻘뻘거리며 움직이는 로봇청소기가 이 CF의 맛을 살린다. “설현처럼 게으름을 누리고 싶다면 이런 게 필요해”에서 “어디서 샀게? G마켓!”으로 이어지는 플로어가 부드럽고 세련되었다. 눈맛이 깔끔해 자꾸만 되돌려보게 된다.

한 가지 더. 눈이 밝은 사람이라면 ‘쇼핑을 다담다’라는 마지막 자막을 배경으로 누워서 손을 흔드는 설현의 시선처리를 눈치 챘을지 모르겠다. 카메라가 아니라 다른 곳을 향해 있다. ‘아, 손 흔드는 것도 귀찮아’하는 심리가 느껴진다. 디테일이 살아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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